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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렸다 (서상덕)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20 12:08
조회
582

- 희망과 실망의 변주


서상덕/ 인권연대 운영위원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요즘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선후보가 어떤 모습으로 정치판을 떠날지 상상해보고 있다.



"안철수가 고대하고 고대하던 대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던 그때가 다시 떠오르네요. 당시 안철수가 내건 슬로건이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습니다'였죠? 저는 이 문구가 참 마음에 들었어요. 우리 사회에, 정치판에 희망으로 가득 찬 새로운 미래가 태풍처럼 밀려올 것만 같은 떨림이랄까." (강연재, 「안철수는 왜」 23쪽)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새 정치'에 공감한다며 관련 저서까지 펴냈던 강연재 전 국민의당 부대변인이 7월 6일 탈당계를 냈다. 앞서 강 전 부대변인은 "(현재의 국민의당이) 제3 중도의 길을 가는 정당도 아니고, 전국 정당도 아니고, 안철수의 새 정치도 없다고 판단했다"고 탈당 사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안철수의 새 정치는 저뿐만 아니라 국민들께서도 원했다. 그런데 새 정치라는 것이 정말 어려운 것 같다. 이걸 안착시키는 데 있어 정말 사생결단 각오나 결기, 용기가 필요한 일인데, 그렇게 하기에는 안철수라는 정치인과 저를 포함한 주변 분들의 역량이 다 부족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ㅋㅋㅋ 이러~언. 그걸 지금에서야….)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에 대한 '취업특혜 의혹 제보조작' 사건 혐의로 이준서 전 당 최고위원이 구속되는 등 바람 잘 날 없는 국민의당에 쏠린 평범한 일반 시민들의 감정은 ‘실망’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닌 듯하다. 스스로 ‘안빠’임을 자임하던 강연재마저도 "안철수 대응에 실망"이란 말을 날리고 탈당하는 판이니….


그러나 잘 생각해보자, ‘실망’이라니…. 그렇다면 무슨 ‘희망’이라도 걸었다는 말인데….


나는 이 자리에서뿐 아니라 기회가 닿는 여러 자리에서 안철수라는 인물이 희망, 그것도 ‘정치적’ 희망을 걸 정도의 사람이 못 된다는 말을 줄곧 해왔다.


PYH2017071227960001300_P4.jpg사진 출처 - 연합뉴스


당장 ‘이명박근혜’ 정권 9년의 아픔을 낳는데 톡톡히 한 몫 한 이가 정치인 안철수임을 부인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듯하다.


기억의 테이프를 감아 정치인 안철수의 등판 시점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이명박 정권에 실망한 국민들은 합리적이고 정직해 보이는 안철수에 희망을 뒀다. 하지만 이 희망 안에 ‘패착(敗着)’이 도사리고 있었다. 성공한 벤처사업가, ‘국민 멘토’라는 이미지에 너무 빨리 ‘성공한 정치인’이라는 희망을 결합시켜버린 것이다. 희망 걸 데를 찾지 못하던 이들의 조급증이 만들어낸 결과다. 당시 정권에 대한 실망이, 오도된 희망 안에서 악수(惡手)를 변주해낸 것이다.


그 끝이 어떠했는지는 다 아는 사실이다. 당시 문재인 후보의 마지막 광화문 유세가 끝난 뒤 안철수는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되건 안 되건 나는 ‘내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그러고는 역사적인 대선 투표 당일 가방을 싸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분명 잘못된 선택이었고, 정치인으로서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줬다. 그때도 지금도 안철수 ‘정치’의 실체를 알 수 없다. (아니, 있기나 한지….)


그 후과는 ‘이명박근혜’ 정권 9년간 이어졌고 오늘, 그로테스크한 모습으로 또 다른 변주를 낳고 있다. 준용씨에 대한 '취업특혜 의혹 제보조작' 사건은 그 한 조각일 뿐이다. 그래도 정치인 안철수에 희망을 거는 이가 있다면 ‘예정된 파국’에 눈감은 무감각, 무지를 탓하는 걸 넘어 역사적 책임을 물어야 할 지 모르겠다.


그러나 안철수 전 대표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지난 7월 2일 당 차원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국민과 당에 정말 죄송한 일이 발생했다"고 말한 것, 그게 전부다. 많은 국민이 공분하고, 자신이 만든 당이 존폐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데, 이런 수준의 언명이라니.


그럼에도 그때도 지금도 안철수 전 대표의 긴 침묵이 이어지고 있다. 할 말을 참고 있는 게 아니라, 타이밍을 보고 있는 게 아니라면, 이제 어떤 말을 해도 좋은 소리 들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알고나 있긴 한 걸까.


나는 최소한 안철수가 그 정도 판단은 하고 있으리라 기대를 걸어보지만, 역시나 콘텐츠가 없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가까워지고 있다.


‘정치인’ 안철수는 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렸다.


앞으로는 정치인 안철수로 인해 ‘물 먹는’ 이들이 더 이상 생겨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헛된 ‘희망’의 변주 놀음에 정신이 뺏겨 실망에서 더 나아가 절망의 나락에 떨어지는 이가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


서상덕 위원은 현재 가톨릭신문사에 재직 중입니다.


이 글은 2017년 7월 12일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 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