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통신

home > 인권연대세상읽기 >  발자국통신

‘발자국통신은’인권연대 운영위원들로 구성된 칼럼 공간입니다.

‘발자국통신’에는 강국진(서울신문 기자), 김희교(광운대학교 동북아문화산업학부 교수), 염운옥(경희대 글로컬역사문화연구소 교수), 오항녕(전주대 교수), 이찬수(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교수), 임아연(당진시대 기자), 장경욱(변호사), 정범구(전 주독일 대사), 최낙영(도서출판 밭 주간)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국가정보원의 잘못된 수사관행에 맞서 (장경욱)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20 11:08
조회
659

장경욱/ 인권연대 운영위원


요즘 변호인으로서 국가정보원을 거의 한달 째 내 집처럼 드나드는 일이 생겼다. 국정원발 국가보안법위반 사건 때문이다. 종북몰이 정권의 노동개악 시도에 맞선 민중총궐기 배후로 몰아가고 있다.


극우보수세력은 정치적 위기 때마다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정치적 효과를 노리려, 국가정보원을 내세워 그들이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절대무기인 국가보안법을 휘둘러 왔다. 그 전처를 밟아 지금도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국가정보원에 맞서 함께 싸우는 이들이 많아졌다. 국가정보원 간첩 조작 사건을 극복한 힘이 생겨서인가 보다. 자기도 다칠세라 위축되거나 회피하는 현상을 보며 씁쓸해하던 기억이 많았었다. 그러나 이제는 적극적으로 국가보안법과 국가정보원에 맞서 대응하는 힘이 놀랍다. 이제 곧 이 비극의 분단체제를 극복할 커다란 힘도 생겨나리라는 확신이 든다.


지금 국가정보원 청사 피의자신문 조사실에서는 국가정보원 수사관과 피의자 및 변호인 사이에 어떠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그곳은 여전히 피 말리는 현장이다.


국가정보원 수사관들은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피의자가 자세가 불편하여 다리를 꼬고 앉았다는 이유로 “다리 꼬지 마라, 예의를 지켜라”고 시비를 건다. 국정원 수사관에게 피의자의 신체를 통제할 권한은 없고, 무죄추정의 원칙을 받는 피의자는 수사관과 상명하복 관계에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피의자가 편안한 자세로 앉는 것조차 제지한다.


불구속 피의자가 변호인의 사정으로 함께 오전 조사를 마치고 조사실에서 퇴거하려고 하자, 난데없이 수사책임자라는 사람이 나타나 성명과 직위는 끝까지 밝히지 않으면서 “오후까지 조사하려 점심을 준비했다. 식사하고 오후에도 조사하면 안 되나. 앞으로 국정원밥 많이 먹을 텐데...”, “저 사람이 여기에 왜 왔겠냐. 켕기는 게 있으니 온 게 아니냐”, “당당하면 안 오면 되는 것 아니냐” 등의 말을 하여 변호인이 “그렇다면 안 와도 된다는 말이냐”고 하자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체포영장 발부해서 구속하겠지”라고 태연히 대답한다. 그리고 피의자에게 “어차피 묵비할건데 변호사 보내고 오후에 조사 계속하면 안 되냐”고 다가서 권유하기도 하며 당사자를 위축시킨다.


수사책임자라는 성명 불상의 수사관이 갑자기 나타나 퇴거의 자유가 있는 피의자와 변호인을 상대로, 피의자가 마치 유죄인 듯 단정하며 체포 또는 구속을 시키겠다는 취지의 협박성 발언을 하며 성명 및 직위조차 알려주지 않고 사라진다. 이것은 피의자와 변호인을 상대로 대놓고 인권을 유린하는 위법행위를 저질러도 자신의 성명과 직위를 알수 없어 직접적인 법적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한 행위로 필히 금지되어야 한다.


변호인을 대동하여 피의자신문을 받기 위해 수사기관에 출석하였고, 스스로도 변호인의 조력 하에 조사받겠다는 의사를 밝힌 피의자에게 변호인을 보낸 다음에도 변호인 참여 없이 계속 피의자신문을 받으라고 권유하는 것은 결국 피의자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오후 조사’, ‘국정원밥 많이 먹을 텐데’라는 말을 듣는 피의자로서는, 자주 소환되어 조사 도중 식사를 해야 할 정도의 장시간에 걸쳐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의 말만 들어도 충분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다. 더욱이 국정원 수사관이 피의자를 유죄로 단정하고 마치 스스로도 죄를 인정하기 때문에 출석요구에 응한 것인 양 모욕하는 발언을 하며 국가정보원의 소환에 응하지 않으면 신체를 구속당할 것이라는 내용의 발언은 피의자에게 충분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다.


국가정보원 수사관들은 변호인이 국가정보원에 도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의자신문 시 변호인 참여를 요구하는 구속 피의자를 상대로 변호인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며 피의자를 기망하여 변호인이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신문을 강행하였다. 변호인의 필연적인 사정상 변호인들이 피의자신문에 참여할 수 없거나 변호인들이 피의자신문 참여 중 퇴거해야 하는 상황에서 구속된 피의자가 일체의 진술거부권 행사 의사 및 변호인 참여 하에서만 피의자신문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하였음에도 변호인이 참여할 수 있는 기일로 피의자신문 기일을 변경하거나 피의자신문을 마치고 다시 변호인의 참여가 가능한 기일로 피의자를 소환하는 등의 조치 없이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피의자를 상대로 변호인의 참여 없이 장시간의 신문을 강행하였다.


헌법이 보장하는 일체의 진술을 거부하고 변호인 참여 하에서만 조사받겠다는 구속된 피의자를 장시간 신문장소에 강제로 머무르게 하고 변호인 참여 없이 피의자신문 문답을 계속한 행위는 무엇을 말하는가? 피의자의 자백을 강요하는 방법 외에는 물적 증거의 확보, 참고인 조사 등 실체적 진실을 발견할 수 있는 다른 수사방법이 없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다.


국정원 수사관들은 변호인들과 기일이나 시간을 조절하여 조사시각을 정하여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일방적으로 피의자를 강제로 인치하여 변호인들이 그 시간에 참여할 수 없더라도 피의자신문을 강행하였다. 그들은 변호인들에게 공동변호인의 수가 네 다섯 명이나 되면서 조사 참여가 가능한 변호사가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출정을 거부하는 구속 피의자를 강제인치하여 일방적으로 조사를 진행하였다. 구속 피의자가 변호인의 참여 없이 조사받지 않겠다는 뜻을 표시하였으나 포승줄과 수갑으로 묶어 조사실로 끌고 가 강제로 자리에 앉힌 다음 조사를 시작하며 질문을 계속하여 진술거부권을 포기하도록 압박하였다.


20151124194257192079.jpg사진 출처 - 노컷뉴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 3 제1항 제4호는 피의자의 권리로서 ‘신문을 받을 때에는 변호인을 참여하게 하는 등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열거하고 있는 바, 이는 단순히 피의자신문 이전에 피의자에게 이를 고지하면 족한 것이 아니라, 피의자가 변호인의 참여 하에 신문을 받겠다면 변호인과 연락하여 그를 조사장소에 오게 하든가, 변호인과 시각을 협의하여 피의자신문기일을 새로이 정하든가 하여 실질적으로 피의자에게 변호인의 조력을 받게 하여야 하는 것이다. 헌법 제12조 제4항의 변호인의 조력은 “변호인의 충분한 조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진술거부권 행사 의사를 밝힌 피의자에게 질문을 계속한 것은 국정원 수사관이 수사에 관한 권한을 남용하여 진술할 의무 없는 피의자에게 진술을 하게 하였다거나, 진술거부권 행사를 방해하는 것이다.


국가정보원 수사관들은 지금 변호인을 상대로 이중 보안검색을 강요하고 있다. 변호인이 국가정보원 청사에 도착하여 면회실에 설치된 보안검색절차를 샅샅이 거친 다음 바로 국가정보원 직원들의 감시 하에 그들이 운전하는 사방이 커튼으로 가려진 뒷좌석에 올라타고 조사동으로 이동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조사동 입구에서 다시 보안검색대 통과를 강요하며 휴대용 스캐너로 몸수색을 요구하였다. 이에 이중 검색의 불필요성과 위법성을 설명하였으나 조사동에서의 보안검색절차를 다시 거칠 것을 계속 요구하였다. 조사동의 검색절차를 다시 거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구속된 피의자의 경우 변호인 접견과 피의자신문 시 변호인 참여를 불허하였다. 또한 조사동까지 올라갔다가 이중 검색 문제로 변호인과 함께 퇴거하는 대동한 불구속 피의자들에게는 ‘조사를 거부하는 것이냐’며 ‘불출석으로 간주하겠다’고 위협하였다. 그들은 변호인이 이중 검색에 응하지 않을 것을 예견이라도 한 듯 이중 검색 강요에 항의하는 변호인을 에워싸고 허락 없이 촬영하기도 하였다.


이에 변호인이 조사동의 이중 검색으로 인하여 피의자에 대한 변호인 접견을 거부당하고, 피의자신문 시 변호인 참여권이 침해된다는 이유로 국가정보원의 위법한 검색절차로 인한 변호인 접견 및 변호인 참여권 침해의 시정을 구하는 준항고를 제기하였다. 그러나 지금도 며칠 간격으로 불구속 피의자를 상대로 출석요구서를 보내며 계속 소환하고 있다. 변호인은 진술거부권 행사 의사를 명백히 하는 불구속 피의자들을 계속 조사동으로 불러 이를 거부하는 피의자들과 변호인을 상대로 불출석 간주로 위협할 것이 아니라 국가정보원의 보안검색절차를 거친 면회실 2층 조사실로 조사장소를 변경하여 조기에 피의자신문을 마쳐줄 것을 요구하였음에도 조사장소는 수사기관의 권한이라고 하며 계속하여 출석요구를 하고 있다. 계속하여 준항고장만 법원에 쌓이고 있다.


그들은 변호인의 접견권과 변호인의 참여권과는 무관한 보안검색절차일 뿐이라고 ‘IS 테러’ 운운하며 이중 검색을 강요하고 있으나, 1차 보안검색에서 국가정보원 청사에 보안상 위해를 끼칠 염려가 인정될만한 물건들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고, 피의자신문에 변호인으로서 참여하거나 구속된 피의자를 접견하기 위하여 변호인 신분증을 갖고 이와 같은 목적으로 국가정보원에 들어가는 변호인을 상대로 불필요한 이중 검색을 강요하며 다시 신체 및 소지품을 검사하려는 것은 변호인을 심리적으로 제압하고 무기력하게 만들어 변호인이 피의자신문에 참여하거나 변호인이 접견을 하는 것을 방해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그래도 국가정보원 수사관들도 가끔 변호인의 말을 듣는다. 간첩 조작을 밝힌 이후 변호인의 말이 와 닿은 모양이다. 자정이 넘자마자 체포와 압수수색을 시작한 당일 새벽 3시에 체포현장에 도착한 변호인이 체포영장의 등사를 청구하였음에도 열람만 가능하다며 고집을 부렸다. 수차례 시정을 요구하였으나 시정을 하지 아니하여 변호인 조력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퇴거하였다. 그리고 통화와 문자 메시지로 수차례 직권남용의 범죄가 될 수 있으니 법률자문을 구하라고 여러 차례 경고를 하자 어디서 변호인의 말이 맞다는 것을 들었는지 얼마나 켕겼으면 국가정보원 조사실에서 다른 문제로 항의하는 변호인에게 당시까지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았음에도 미리 복사하여 준비한 체포영장 등본을 슬며시 교부하는 것이다.


그래도 국가정보원 수사관들은 여전하다. 변호인이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청구서에 사선변호인으로 선임된 변호인의 이름을 누락하여 변호인에게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가 통지되지 않아 피의자는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하고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되었다. 변호인으로서 경계를 늦출래야 늦출 수가 없다.


여전히 국가정보원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보장하는 정상적이고 공정한 사법절차의 게임의 룰을 전혀 준수하지 않는다. 수시로 전근대적 낡은 수사관행을 고집하고 있다. 절대 물러서지 않고 그 잘못된 수사기법에 이의를 제기하며 반드시 바꿔나가고자 한다. 국가보안법과 국가정보원에 맞서 싸우는 이들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한국의 사법인권 수준은 획기적으로 높아져 왔다. 이것이 한국사회의 인권발전의 역사이다.


장경욱 위원은 현재 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이 글은 2015년 12월 9일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 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