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통신

home > 인권연대세상읽기 >  발자국통신

‘발자국통신은’인권연대 운영위원들로 구성된 칼럼 공간입니다.

‘발자국통신’에는 강국진(서울신문 기자), 김희교(광운대학교 동북아문화산업학부 교수), 염운옥(경희대 글로컬역사문화연구소 교수), 오항녕(전주대 교수), 이찬수(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교수), 임아연(당진시대 기자), 장경욱(변호사), 정범구(전 주독일 대사), 최낙영(도서출판 밭 주간)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교원평가로는 안돼요! (황미선)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5-31 16:16
조회
463
상반기 사회적 화두 중의 하나가 교원평가일 것이다. 교육부에서 처음 이 정책을 내 놓았을 때 학부모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하였다. 반면에 교원들은 교원통제 강화니 구조조정의 음모니 하며 한 목소리로 저항하였다. 어느 쪽이든 교육을 잘하여 바른 인격을 갖춘 인간을 육성하는 것을 동일한 목표로 내세우는데 교원들과 학부모가 서로 대립하는 것처럼 비추어진 것이다. 필자는 교사이면서 동시에 학부모이기 때문에 양쪽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생각해본다. 학부모들이 바라는 교원(또는 학교)의 모습은 좀 더 열려있고 친절하며 신뢰할 수 있는 모습일 것이고, 교사들이 바라는 학부모의 모습 또한 교원(또는 학교)을 신뢰하고 적극적으로 학교 운영을 지원하는 모습일 것이다.

050629main2.jpg

 

양측의 입장은 모두 맞다. 황희 정승의 일화에서 나온 말처럼 '네 말도 맞고 네 말도 맞은 것'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교육은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는 것처럼 시간과 비례하여 물품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 자체가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격을 갖춘 인간을 만들어내는 교육은 그 과정에 많은 변수가 작용하여 뜻밖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초등학교시절 담임선생님이 던진 한 마디에 자신의 진로를 정했다거나 그 때문에 자신의 꿈을 접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을 수 있다.

또한 어느 시점의 구체적 교육은 좀더 넓은 의미에서의 교육이라는 행위를 이행하는 과정상의 한 부분이므로 완성된 형태의 결과로써 점수를 매긴다는 것은 모호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교사들이 행한 교육적 행위를 일정한 방식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그리고 단순하게 교육 행위를 수치로써 가늠하고자 할 때, 모든 교육적 행위 자체가 그 수치를 기준으로 만들어져 나갈 위험이 있다.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그런 상황에서의 교육 내용이 지극히 염려스러운 것이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리고 교원들의 신분이 불안한 상태에서 소신있는 교육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교사들의 철밥통 수호’라고 종종 지적받음에도 불구하고 교원들이 교원평가를 반대하는 이유는 사실 이 두 가지에 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교사들이 자신의 발전을 위한 어떠한 거름 장치도 없이 한평생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냐’라는 지탄을 받게 된다. 물론, 이러한 지적이 일정의 타당성을 지니고 있는 것도 인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진정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무엇이 있을까? 우선 교사와 관련된 차원에서, 인성으로나 실력으로나 질 높은 교사를 뽑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한다. 여기서의 장치란 교사 양성기관인 사대와 교대의 교육과정상의 문제를 개선하고, 임용 과정상의 투명성과 엄중함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이다. 그리고 교사로 임용된 후에는 교사자신의 발전을 위해 연수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야 하며, 연수 내용을 교육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체계적인 틀거리를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만 교육경력에 따른 부족한 시대감각을 일깨우게 되고 시대적 요구를 인식하게 되며 교육내용에 적용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교원평가 정책에서 학부모들이 원하는 것은 교사로서의 자질이 안되는 사람을 걸러내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하여는 모든 교원단체도 동의하고 있다. 부정⋅비리를 저지른 교사, 성추행, 성희롱 교사, 그리고 과도한 체벌을 일삼는 교사, 성적을 조작하거나 촌지를 밝히는 교사 등은 당연히 교단에서 사라져야한다. 그러나 이 부분도 많은 고민과 전제 조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서울에서만도 사립 중고등학교가 80%를 육박하고 있는데 이들에게 적용될 사립학교법 개정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또한 왜곡된 승진구조와 임용구조, 교육부 등 상급기관의 관료주의, 지나친 행정업무 부담과 과도한 수업시수, 왜곡된 입시경쟁교육체계 등의 구조적인 문제들이 선결되어야 자질있는 교사를 기대할 수 있다. 구조적인 접근을 도외시하고 단순히 개별 교사 차원에서만 ‘문제 교원’을 거론한다면 결코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이르지 못할 것이다. 실제로 그동안 ‘문제 교원’들에 대하여 엄중한 처벌을 요구한 것은 교원단체였고, 교육부나 교육청은 솜방망이로만 대처했을 뿐이다. 엄중한 처벌 없이 다른 학교로의 전근이나 미약한 징계 등만을 내린다면 이후의 또다른 사건을 예방할 수는 없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미래는 다음 세대인 아이들에게 달려있고 교육이 그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는 총체적인 체계인만큼 교육은 막중한 책임을 지니고 있으며, 따라서 중요하다.  그래서 교육을 행하는 교사와 학교의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하다. 이토록 중요한 교사와 학교가 사회적으로 주어진 막중한 책임을 다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건들이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우선 국가는 현재 GDP의 4.2%에 불과한 교육재정을 6%로 확대하여 법정정원교사의 100%확보, 수업시수 감축, 콩나무 교실 개선, 학교시설 확충 등을 지원해야 한다. 사립학교법이나 초중동교육법 등처럼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법안이나 승진, 대학입시, 임용구조 등 이해관계가 부딪히기 쉬운 구조들도 관료들의 권위주의가 아니라 순수하게 교육의 질을 위한 내용으로 개선돼야 한다.

교원이나 학교에도 과제가 있다. 무엇보다도 권위적인 자세를 버리고 좀더 열린 자세를 통해 교육의 3주체인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중심이 되어 학교를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국가가 이를 위해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때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질 것이다.

 

황미선 위원은 현재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