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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으로 볼 것인가, 비정상으로 볼 것인가 (이창엽)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2-18 10:00
조회
695

이번 설 연휴에 가족들과 함께 기억에 오래 남을 좋은 영화를 보았다. 정윤철 감독, 조승우, 김미숙 주연의 <말아톤>. 동네 극장 맨 앞자리에 앉아 스크린을 올려다 보느라고 목이 아팠지만, 영화를 보면서 많이 웃고, 글썽이는 눈물을 간신히 추스르기도 했다.


자폐증인 ‘윤초원’의 엄마는 아들이 달리기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때부터 엄마와 아들은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훈련을 한다. 하지만 마라톤 코치와의 갈등 속에서, 엄마는 문득 깨닫게 된다. 내 아들이 병에 걸린 것은 아니지만 명백한 장애를 가지고 있고, 다른 정상적인 사람들과는 많이 다른 상태라는 사실을 그동안 자신이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 영화에서 가장 크게 다가온 화두는 (자폐증)장애인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자폐증 아들을 기르는 엄마에게 가장 큰 충격은, 내 아들이 결코 정상인이 아니고 장애인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었다. 아들이 정상이라고 믿고 싶었을 때는 지나치게 힘든 훈련을 요구했지만, 아들이 장애를 가졌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서는 마라톤 같은 힘든 일을 아예 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그러나 아들은 달리기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을 찾을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은 세상과 격리되어 살아가던 그에게 어둠 속의 한 줄기 빛과 같은 경험이었다.

아들을 위해 큰 희생을 해 온 엄마는 어느새 아들에게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었고, 아들이 엄마 품을 벗어나 세상과 만나고 싶어 하는 것을 알아보지 못했다. 자폐증 아들을 가장 사랑하는 엄마도 아들을 바라보는 관점이 이렇게 불안정하다. 어쩌면, 직접 부대끼며 함께 살아가야 하는 세월이 너무 힘들기 때문에, 객관적인 입장을 취하기가 더 어려운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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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몫은 ‘함께 살아가기’

사회는 장애인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그들을 우리와 다른 존재로 보아야 하나, 아니면 우리와 다름 없는 존재로 보아야 하나. 초등학교 통합교육 시책에 따라 자폐증 장애아들과 같은 교실에서 생활하게 될 내 아이들에게, 그들을 어떻게 대하라고 가르쳐 주어야 할까.

영화를 보고 이런 생각을 했다. 그들은 정상이냐 비정상이냐를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고, 사회 안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하는 사람들이다. 우리의 몫은 ‘판단’이나 ‘바라보기’가 아니고 ‘함께 살아가기’이다. 따라서, 주위 사람들은 그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함께 살아가야하고, 사회는 그들이 살아가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제도, 기반 시설 등을 마련해야 한다. 그들이 상대적으로 소수이므로 사회에 경제적인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은 뿌리칠 수 없는 ‘우리’의 일부이므로 그런 부담은 우리 자신을 위해 꼭 필요하다. 한국은 지금까지 그 부담을 거의 가족에게 전담시켜 온 것으로 알고 있다. 개인 소득 2만 달러를 바라보는 한국은 우리 안의 소외된 우리를 돌보는 데 그 경제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나는 해보지 못한 경험이지만, 내 아이들이 학교에서 장애아 친구들과 해맑은 웃음을 함께 웃는 모습은, 내 꿈 중의 하나이다.

이창엽 위원은 현재 치과 의사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