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통신

home > 인권연대세상읽기 >  발자국통신

‘발자국통신은’인권연대 운영위원들로 구성된 칼럼 공간입니다.

‘발자국통신’에는 강국진(서울신문 기자), 김희교(광운대학교 동북아문화산업학부 교수), 염운옥(경희대 글로컬역사문화연구소 교수), 오항녕(전주대 교수), 이찬수(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교수), 임아연(당진시대 기자), 장경욱(변호사), 정범구(전 주독일 대사), 최낙영(도서출판 밭 주간)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사학법 논란, ‘상식’이 필요하다 (이재상)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01 10:47
조회
470
요즘 신문이나 방송을 보다보면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것이 너무 많다. 연일 각종 언론 매체의 헤드라인을 차지하는 줄기세포 논란은 전문적인 용어들이 마구 넘쳐나서 그렇다고 하자. 아무리 살펴봐도 이렇다할 전문적인 용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역시 사학법이란 놈이다.

‘우리아이들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투쟁이다’ ‘아이들을 전교조에 맡길 수 없다’라며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회를 박차고 차디찬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거룩한 성직자들도 더 이상을 참을 수 없다고 떨쳐 일어섰다. ‘범교단적으로 비상대책위를 구성해야’ 한단다. 그동안 보였던 교파간의 질시와 반목, 분열은 이 사학법 개정안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다. 좀더 나아가 교파간의 단순 연합을 넘어 종교적 배타성도 버릴 태세다. ‘기독교를 중심으로 사학을 설치하고 있는 타 종교 및 사학 관련 기관과 연대투쟁을 하여야 한다’라며 성전(聖戰)의 기세도 보인다. ‘순교의 각오로 거룩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 한다. 이왕 하는 것 ‘이런 만행을 국내외에도 호소’해야 한단다. 세상에 이런 악법은 없단다. 도대체 뭣 때문에 한나라당이나 사학교단들은 이렇게 떨쳐 일어난 걸까.

“만일 이번에 불의한 방법으로 강행처리 된 이 법이 시행된다면...” (호흡을 가다듬고 다음 문장들을 읽는다) “사유재산권 침해, 법인 이사회의 무력화, 건학이념 및 신앙교육 말살, 교육현장의 불온사상 도구화, 교육자와 피교육자의 대립 등 상상을 초월한 불행이 한국 교육계에 닥칠 것이다.”

진짜 안 좋을 것 같은 건 다 들어있다. 큰일이다. 이 사람들 말마따나 ‘상상을 초월하는 가공할만한’ 결과다. 이게 사실이라면(!) 말이다. 그래서 “우리의 사랑하는 자녀들을 위해서 우리는 기필코 이 법의 시행을 막아야” 한단다. 그동안 이라크 파병문제나 쌀 개방으로 인한 농민들의 시위, 그리고 시위과정에서 경찰의 폭력으로 농민들이 죽어나가는,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불행한 사태에도 입을 꾹 다물고 있던 한국의 기득권 교단이나 사학재단들이 이렇게 분연히 떨쳐 일어서는걸 보면 뭔가 큰일은 큰일인가 보다.

 

05122105.jpg사진출처 - 노컷뉴스



나도 학부모 1년차로서 갑자기 걱정되기 시작한다. 아니 마구 걱정된다. 나도 촛불집회에 나가야 하는 건 아닐까. 그네들이 주장하는 내용이 사실이라면 당연이 동참해야 하는데, 날이 추워서 귀챠니즘이 발동하니까 좀 미안한 생각은 든다. 그래도 그토록 중차대한 일이라니까 그냥 모른 척 하기엔 좀 꺼름직하다. 머리 쓰는 거 진짜 싫어하지만 좀 따져보자.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한 사학법 개정안은 사학재단 이사진에 교사, 학부모 등 학교 구성원이 추천하는 이사를 선임하는 개방형 이사제 도입이 핵심이라고 한다. 사립학교 이사진 7명중 이 개방형이사를 4분의 1이상 채울 수 있고, 학교운영위 등에서 2배수의 개방형이사를 추천하면 이사회가 최종 선임하는 식이다. 절반도 아니고 기껏해야 반의 반인데 이것으로 사학의 자율권이 훼손되고 전교조의 손아귀에 학교가 넘어가는 걸까? 이 때문에 건학이념이 훼손되고 학교에 갈등이 심해진다고? 도대체 어떤 산수이길래 이런 계산이 나오는 걸까. 남의 손의 떡이 더 커 보인다고 이제 내줘야 할 반의 반이 1보다 더 크다고 생각하는 걸까.

안 그래도 잘 안돌아가는 내 머리에 자꾸 과부하가 걸린다. 근데 난데없이 사유재산권의 침해는 또 무슨 소리인가. 학교가 자기 재산이란 말인가. 그럼 그동안 학교를 가지고 장사해왔다는 말밖에 안되는데... 그럼 그동안 건학이념이니 하는 건 장사를 위한 선전문구에 불과했다는 얘긴데... 에이 설마 그럴 리가! 우리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덕망 높으신 분들이 학교를 가지고 사유재산권을 주장하다니, 이런 정말 불온한 생각을 했을 리가 없다. 그래서 이해가 안 된다. 걱정이다. 내년부터 신입생도 안받고 정부 지원도 거부한다는데 이 사태를 어디서 어떻게 풀어야 할지 진짜 걱정이다.

날은 추워지는데 그 자체로 준엄한 국가기관인 의원들과 이 나라의 교육을 자기 손아귀에만 짊어진 어르신들이 밖으로만 나다니니 참 안쓰럽다.

그래도 어쩌랴. 겨울은 추워야 제 맛이라는데...!

 

이재상 위원은 현재 CBS방송국 PD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