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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학교 급식을 보고 -초등학교 급식을 중심으로- (황미선)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5-31 17:26
조회
671
점심 시간하면 떠오르는 아련한 추억이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에게는 있다. 난로에 쌓아올린 누런색 도시락, 누룽지가 앉은 김나는 뜨끈한 도시락, 도시락 반찬에 대한 부모님이나 형제자매와의 갈등어린 추억, 운반과정에서 반찬국물로 인한 냄새나 교과서에 생긴 흔적, 계란이나 쏘시지 반찬을 싸온 부러운 아이들, 혼식 검사에 걸리지 않으려는 여러 가지 눈속임용 수법 등. 그러나 이제는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지나간 시절의 풍습쯤으로 치부되어 요즘 아이들에게는 영~ 상상하기 어려운 일로 느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왜냐하면 요즘 아이들은 모두 학교 급식을 통해서 점심식사를 해결하기 때문에 도시락이란 어쩌다 있는 현장학습 날 준비하는 특별한 점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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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보면 초등학교 1, 2학년은 4교시 후 하교하여 엄마가 차려주는 점심을 먹었는데 이때 집에 갔을 때 엄마가 반겨주지 않는 아이가 얼마나 불쌍한 지를 이야기했던 기억이 난다. 3, 4학년은 도시락을 싸가지고  가는 날이 1주일에 며칠 되지 않아 오히려 도시락 싸가지고 가는 날을 기다렸었다. 반찬에 신경 써주기를 바라며 엄마를 괴롭히던 아이들 역시 이 즈음의 아이들로 기억된다! 5, 6학년 아이들은 거의 매일 도시락을 싸가지고 가므로 위에 기술된 여러 사례들과 같은 도시락에 대한 추억을 만들어 나갔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 글의 화두를 도시락으로 시작한 이유는 바로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이 먹는 급식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함이다. 학부모 입장에서 볼 때, 학교급식 시행으로 저학년 아이를 둔 학부모(특히 엄마)는 아이 점심 차리는 일 때문에 집에 매여 있을 필요가 없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도시락을 싸갈 정도의 다 큰 아이를 둔 학부모들 또한 아침의 분주함으로부터도 역시 해방되었다. 아마도 여성의 노동력이 사회로 환원되는데 큰 힘이 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학교급식일 것이다.

그러나 교사 입장에서 보면 업무량이 많이 늘어났다고 할 수 있다. 수업만하고 하교 하던 아이들에게 점심을 먹이는 일, 편식하지 않도록 지도하고 배식할 때 골고루 받도록 꼼꼼히 봐 두는 일, 식사 후의 잔반 처리 등. 특히 편식과 인스턴트 음식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에게 편식지도를 꾸준히 하기에는 많은 시간과 인내심이 요구된다. 그러다보니 처음 학교생활을 하는, 학습이나 생활면에서 정해진 규칙을 익혀야하는 1학년을 지도하기란 매우 힘들다. 결과적으로 1학년은 교사들이 꺼려하는 학년이 된 것이다. 이토록 긴 이야기가 교사로서의 고충을 토로하기 위한 것은 결코 아니다. 요점은 아이들을 중심에 놓고 보았을 때 어떻게 하면 제대로 된 급식을 할 수 있느냐에 대하여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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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경향신문



학부모와 학교와의 이런 현실 속에서 학교는 저학년 급식을 위해 학부모들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방법은 배식과 잔반처리에서 소속 학부모들의 순번을 정하고 정해진 시간을 통보한 후 배식을 시행한다. 이런 방식은 학교의 시설에 따라 달리 적용되기도 한다. 식당이 있는 학교는 식당의 배식구에서 정해진 학부모가 자기 아이를 포함, 정해진 학년의 아이들에게 배식(이 경우 배식 당번 순서가 상당히 기나 다른 반 아이들을 배식하게 됨)하고 식당이 없는 학교는 보통 교실에서 배식하는데 우리 아이 반 아이들에게만 배식(이 경우 배식 당번 순서가 매우 짧은 단점이 있으나 우리 아이만 배식하는 장점이 있음)한다. 물론 시간을 내서 배식에 참여하면 좋은 장점들이 많다. 우리 아이의 학교생활(친구관계나 생활태도 등)을 실제적으로 알 수 있고 직접 급식을 시식함으로써 급식의 내용을 확인하여 좋고 학교운영에 참여함으로 주인의식도 키워진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부모(특히 엄마)들이 직장을 가지고 있어 점심시간에 짬을 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학부모를 제외시키다보면 참가하는 학부모로서는 너무 많은 횟수가 돌아와서 억울하게 생각되고 궁여지책으로 나온 방법이 참석 못하게 되는 학부모가 소정의 금액을 내고 사람을 사서 책임분을 채우는 것이다. 당연히 무엇인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게 되고 보통 이런 학부모들이 종종 학교나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였다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이와 관련, 얼마 전 학교운영위원회가 있어 참석, 안건을 논의하던 중 어이없는 내용을 듣게 되었다. 충분한 공간 확보는 아니지만 식당이 있어 점심식사를 식당에서 해결하던 아이들이 교실에서 배식하게 되었다는 것이고 그 이유가 위에서 제기한 민원이 잦아 교육청으로부터 시정을 권고 받고 고민하던 중 교실에서 아이들이 배식하는 것으로 정했다는 것이다. 그나마 있던 식당을 놔두고 말이다. 공부하는 장소와 식사하는 장소가 별도로 갖추어져야 교실에서 음식냄새도 나지 않을 것이고 잔반처리 때문에 점심시간 이후의 수업시간도 보장되는 것인데 말이다. 있는 식당도 운영의 어려움 때문에 다시 뒤처진 이전체제로 돌아가는 것은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급식을 해결해주는 것이 좋다. 이왕이면 질 좋은 식재료(우리 농산물)로 위생적이고(직영) 누구나(무료) 맛있고 영양가 높은 음식으로 공급하는 것이 미래의 우리세대를 키워내는 올바른 자세일 것이다. 그래야만 학부모(노동가치가 높은 대부분의 국민)가 지닌 노동력이 사회로 문제없이 환원될 것이다.

그리고 교사로서도 학교마다 식당이 갖추어지고 점심식사로 인해 수업시간이 방해 받지 말아야하는 체계가 마련되는 것이 좋다. 그래야만 성장기의 아이들이 제대로 된 음식을 섭취(바른 음식의 회귀본능도 가능)할 수 있고 높은 교육의 질도 보장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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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없을까? 내 개인의 생각으로는 있다! 바로 국가에서 관여하는 것이다. 어짜피 국민의 세금으로 국가가 운영되는 것이고 이것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또한 노동력도 국가 발전의 기틀이므로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 주어야한다고 본다. 즉, 국가는 교육재정(현재는 GDP의 4.1%)을 대폭(전교조 6% 요구) 늘려 학교를 지을 때 수용인원에 맞는 식당과 조리실을 갖추도록 하고 교육의 공공성확보 차원에서 무료 급식을 보장해주며 또한 일자리 창출의 의미로라도 학교에 인력을 공급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여건이 가능한 학부모들은 내 아이를 떠나 사회봉사의 개념으로 학교운영에 참여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한다. 다음 세대를 건강하고 바르게 키우는 것을 개인의 차원이 아닌 국가 존속의 의미로 생각하고 전폭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한다. 그래서 학교 현장에서 이렇게 가야할 방향을 거슬러 가는 궁여지책이 나오지 않도록 만들어야한다.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을 정말 소중히 여긴다면....

 

황미선 위원은 현재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