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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억’하니 버티면 '뇌물'이 '떡값'되나? (김희수)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5-31 16:45
조회
550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검사들이 삼성으로부터 떡값 받은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여 폭로함으로써 사회 전체가 술렁이고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당사자로 지목된 검사들은 마치 입이라도 맞춘 듯 자신들은 전혀 그러한 사실이 없다고 항변하고 있는 가운데 법무차관이 사표를 냈고, 법무부 장관은 감찰을 하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그런 떡값을 받은 검사들을 수사하여야 할 주체인 검찰이, 다른 한편으로는 불법 도청 파문으로 권력과 언론의 불법적인 유착관계를 보여주는 범죄행위를 자행한 삼성에 대해서는 수사를 하지 않고 있을 뿐더러 수사할 의지조차도 보이지 않으니 참으로 한탄스러울 뿐이다. 과연 누구를 위하여 존재하는 검찰인지, 이런 검찰에게 수사권을 독점케 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검찰이 말하는 것을 그냥 믿어야 하는 국민들만 불쌍하다.

검찰 스스로 지난 세월 불법적으로 취득한 증거들을 가지고 법원에 기소를 하였고, 또한 법원은 적법 절차 없이 취득한 압수물이라고 할지라도 증거 능력이 있다고 하며 검찰과 궁짝을 맞추면서 판결하여 왔음에도, 마치 검찰은 지난 세월동안 적법절차를 준수하였던 것처럼 수사를 할 수 없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정말 이율배반을 넘어 후안무치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먼저 스스로 지난 세월 불법적으로 취득한 증거를 가지고 사용한 사실부터 먼저 국민 앞에 사과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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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검찰에서 검사를 몇 년 하면서 명절 때 떡값을 받은 사실이 있다. 참으로 부끄러운 행위를 하였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으며, 돌을 던진다면 기꺼이 받겠다고 생각한다. 그 시절에 대다수의 검사들은 변호사 등으로부터 떡 값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당연하다는 듯이 받았던 관행이 있었고, 이후 의정부 법조비리, 대전 법조 비리 사건이 터지면서 이런 검찰의 떡값 문제가 거의 없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정작 오래된 떡값 관행에 대하여 그 어느 누구도 사죄를 하지 않는 작금의 행태도 이제는 극복해야 할 때이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떡값 문화는 역사적으로 그 뿌리가 깊다고 생각한다. 온정주의적 사회 행태는 촌지라는 명목으로, 떡값이라는 명목으로 아직도 우리 사회에 깊숙이 뿌리 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이러한 떡값 문제를 단순히 일시적 현상으로 보아서는 안 되며, 범사회적인 ‘떡값 퇴치 문화 운동’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그러나 작금의 언론 보도들은 이러한 것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이번에 폭로된 검사들의 떡값 사건은 단순한 떡값이 아니고 뇌물 사건으로 불러야 마땅한데도, 각종 언론들은 그야말로 단순한 ‘떡값’ 문제인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영 마음에 들지 않는 행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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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말할 나위 없이 이번 사건은 ‘뇌물 사건’이다. 뇌물 사건으로 보아야 하는 이유는 첫째, 그 금액의 과다 문제다. 과연 떡값이 얼마나 비싸기에 몇 백만 원에서 몇 천만 원 단위까지 지불되어야 하는가. 금액으로 볼 때 이는 분명 뇌물의 성격이다. 둘째는 업무의 연관성이다. 이미 공개된 녹취록에서 드러나듯이 뇌물을 제공한 삼성은 분명히 삼성과 관련된 사건이 생길 경우를 대비하여 예방적 차원에서 검사들을 관리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제는 투명하고 정직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 이 사회의 법조인들부터 양심 고백을 하고 다시는 그러한 일이 없기를 국민 앞에 맹세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국민들로부터의 신뢰를 받을 수가 없다. 이제 그 부끄러운 떡값 문제를 떨치고, 검찰이 신뢰받는 기관으로 거듭 태어나기 위하여 국민 앞에 스스로 옷을 벗는 용기가 필요할 때다.

 

김희수 위원은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