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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함을 날려버리자 (황미선)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5-31 15:09
조회
570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교육열이 높기로 이름이 나 있다. 그래서 이만큼(?)의 경제성장도 이루었고 각국의 어린이들이 겨루는 학력에서도 늘 수위를 다툰다고 들었다. 물론 늘 들어왔던 것처럼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는 교육만이 국가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신념이 너무 과도하여 많은 교육문제를 낳고 있다고 판단되는데 그 많은 문제 중 오늘은 평가를 중심으로 문제점에 접근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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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학생을 중심으로 국가(교육인적자원부)와 학교(교사), 가정(학부모)의 관심과 여러 경제적, 정책적 투여(in put)와 가치관이 종합적으로 작용하여 만들어내는 결과물(out put)이라고 볼 때, 평가는 그 결과물을 가지고 논하는 과정일 것이다.

대상을 가지고 나눈다면 학생평가와 교사평가, 학교평가, 교육부평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학교와 교육부 평가는 생각하지 않고 있으므로(정부에서) 우선 학생평가, 교사평가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면...

우선 교사평가! 요즘의 분위기로 보면 교사는 철밥통이고 평가 받으려 하지 않는다고 생각되어지는 것 같다. 그러나 사실 교사들도 평가를 받는다. 학교장으로부터 근무평가를 비공개로 받고, 그 평가는 오로지 승진을 위한 것에만 활용되고 있으며, 평가 받는 교사 본인에게도 절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승진을 목표로 한 교사들에게는 교장의 권한이라는 것이 무척 실질적 권력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그다음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발생할 부조리는 예상하고도 남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으로도 문제점이 지적된 근평(근무평정)에 대하여는 전혀 건드리지 않으면서 현재 교육부에서는 또다시 교사평가를 논하고 있다. 또한 그 방법이 구태의연하다. 한번의 공개수업으로 교사를 평가한다는 것이다. 그것의 폐해 또한 불을 보듯 뻔한 일인데 말이다. 1년동안 한번의 공개수업을 성공적으로 하여 좋은 평가를 받으면 나머지 교육활동에 대하여는 면죄부를 부여 받는 것인가? 아니면 나머지 교육내용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인가? 그리고 설사 한번의 공개수업이 중요하다하더라도 그것을 위해 희생될 나머지 시간과 교육내용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평가란 시행후 재생산으로 이어져 피드백되어야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학교의 정책이나 교육환경에 대한 평가를 배제하고 교사를 평가하는 방식은 상당히 수치적인 발상이고 교육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관점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된다. 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위한 평가는 반드시 아이들에게 그 결과가 피드백 되는 방향으로 생각되어져야하고 실제 그것이 교육의 질을 높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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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학생평가! 일상적으로 학생평가는 교과서에 의해 학습한 후 그 내용을 바탕으로 시험보고 채점하고, 평균과 등수를 매겨 학부모에게 통보하는 과정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 7차 교육과정에 의한 평가는 우리가 자랄 때 받았던 평가와는 그 방식이 다르다. 우선 교과서의 내용만 보더라도 만들 때는 다양한 내용을 공통으로 만들지만 그 내용을 가르치는 것은 교사의 재량이다.
순서대로 진도를 나갈 필요도, 끝까지 다 배울 필요도 없는 것이다. 가르치는 교사가 내용을 보고 나누고 합하고 재구성하여 자의적으로 지도하는 것이다. 그래서 평가도 수행평가를 하는 것이다. 즉 교사가 투여한 내용을 그때그때 다양한 방법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요즈음 학력저하 운운하며 일제고사나 지필고사를 시
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시행되고 있는 형편이다. 학부모들이나 정부 당국은 일단 교육의 목표가 인성을 중심으로 하는 인간화교육을 우선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든 공부시켜 일류대학에 들어가는 것이고 그 학력을 바탕으로 좋은 직업을 가지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줄세우기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어 있고 자연히 그 줄에서 뒤쳐지거나 이탈한 학생은 도태되고 자괴감에 빠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게 결과 중심적이고 서열화된 수치의 평가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국가경쟁력도 중요하다. 그러나 줄세우기식으로 평가하지 않아도 국가 경쟁력은 유지될 수 있다고 본다. 우리 아이들은 모두 타고난 본성과 잠재력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아가고 있는데 그것은 줄세우기식의 평가에서는 찾아지지 않는다. 초등학교 때부터 아니 그보다 더 어려서부터 학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소속된 단체속에서 일등이었으면하는 바램으로 미리 가르치고 미리 투여한다. 지켜보거나 기다리지 않는 것이다.

현재의 지필평가를 요구하는 학부모의 바램도 그 조급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지필고사를 통해 수치화된 성적을 알아야만 모자라는 부분을 학원에서든 과외를 통해서든 빨리 채울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교육 과정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새로운 지식을 접하면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 교육의 과정인데 확인되지 않고 드러나지 않는 결과에 대해 학부모들은 참지 못하는 것이다. 아이들을 기르다보면 한없이 기다려야하고, 한걸음 떨어져 지켜보아야하는데, 우리 학부모들은 그럴 여유가 없는 것이다. 결과물을 빨리 알고 싶은 것이다. 지필고사나 일제고사 방식의 평가는 소수(상위 10%)의 학생들을 위한 것이고 대부분(90%)의 학생들에게는 좌절감만 안겨주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부모들은 내 아이는 상위 10%에 들 것으로 생각하고 수치화된 평가를 요구하며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얼마전 뉴스에서도 확인된 사실이다. 경기가 어려워 살기 힘들었던 지난해에도 학원비 등의 과외비는 10% 정도 상승하여 지출되었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요즘 서점이나 문구점마다 문제풀이를 위한 문제집이 동이 났다고 한다. 무엇을 위한 교육인가? 시험을 위해 달달 외우다가 시험이 끝나면 모두 잊어버리는 것이 지식인가? 우리는 경험상 알고 있다. 단테의 신곡이라는 단순한 줄 잇기식 지식이 아니라 이제 단테를 읽어보고 그 내용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는 과정이 진정한 지식임을...

그리고 교육의 내용은 진정한 지식을 담고 있어야하고, 교육과정은 진정한 지식을 통한 고민과 토론 과정을 거쳐야 하고, 평가는 그 과정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야하며 반드시 피드백되어야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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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교육을 결정짓고 관여하는 중요 요소들! 학부모와 교사 그리고 교육부!

이제 조급함을 날려 버리자! 교육은 그렇게 조급하게 서두른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계속적인 관심과 다양한 투여를 하고 한없이 지켜보고 한없이 기다리자!

 

황미선 위원은 현재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