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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은 민주주의의 이정표 (이창엽)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5-31 17:08
조회
431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수불사업)이 중대한 국면을 맞고 있다.

그동안 일부 지자체에서 실시해 오던 ‘수불사업’을 중앙정부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실시하도록 의무화하는 ‘구강보건법 개정안’이 지난 6월 국회에 제출된 상황에서, ‘수불사업’을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의견이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충치예방 효과가 뛰어나고 인체에 무해한 수돗물 불소화를 전국으로 확대 시행하되, 지방자치단체의 문제 제기가 있는 경우에는 여론조사를 실시해 명시적 반대 의사를 밝힌 사람이 과반수가 되지 않으면 그대로 시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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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노컷뉴스




 ‘수불사업’이 처음에 ‘상수도수불화사업’이라는 공식명칭에서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으로 바뀌게 된 이유는, 수돗물에 불소를 과다하게 첨가한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고, 불소는 자연 상태에도 도처에 존재하므로 수돗물에서 불소의 농도를 적절한 수준으로 조정한다는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고 있다. 공식명칭이 바뀌게 된 데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수불사업’은 과학적인 논쟁의 문제라기보다는, 지역사회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진행해야 한다는 점을 더 중요시해야 하는 정치적인 문제라고 본다.

불소의 충치예방 효과는 권위있는 여러 연구들에게 이미 입증된 바이고, 그 안전성에 대해서도 큰 의문이 없다. ‘수불사업’에서 권장하는 수돗물의 불소 농도는 0.8~1.0ppm이다. 이에 비해 설악산의 오색약수를 비롯한 여러 약수들은 불소농도가 1.3~1.5ppm이고, 차에도 불소가 1ppm 이상 들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불소의 충치예방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 지역주민들을 이해시키는 것은 주민들의 몫이 아니라 ‘수불사업’을 추진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051005saram01.jpg사진출처: 한겨레




 우리나라는 여러 개의 핵발전소를 가동하고 있다. 유가의 변동에 대처하고, 미래에 원유가 고갈될 것에 대비해서 핵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입장은 완고하다. 하지만, 핵발전소 가동에 따르는 핵폐기물을 처분할 핵폐기장을 건설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어느 지자체도 핵폐기장 건설에 대한 주민들의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핵 전문가들과 정치권은 핵발전소와 핵폐기장의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것과 더불어 지역주민들을 설득하여 동의를 이끌어내는 절차를 거쳐야함에도 불구하고, ‘국가적인’필요를 앞세워 안면도 사태, 부안 사태와 같은 무리수를 두고 있다. ‘수불사업’을 추진하는 분들은 이들과 어떻게 다른 정치적 입장을 가지고 있는가.

건치에서는, “일부 지역에서 다수 주민이 원하는데도 소수의 반발로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한 지역 관료들이 불소화 시행을 거부하고 있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 개정안의 취지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요체는 다수결에 의한 의사결정이 아니라, 소수의 의견을 어떻게 수렴하는가에 달려있다고 본다.

‘수불사업’은 한국 사회가 형식적인 민주화 이후에 지역자치의 차원에서 실질적인 민주화를 진행해가는 하나의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이창엽 위원은 현재 치과 의사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