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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은 슬플때 자라고....... (이지상)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5-31 15:52
조회
768
“손톱은 슬플때 자라고 발톱은 기쁠때 자란다”는 말이 있습니다.

긴긴날 영어(囹圄)의 몸을 견디었던 장기수 선생님들 사이에 새 희망을 기다리는 지혜의 격언으로 구전되었던 말인데 양심수였던 김경환 씨가 그의 책을 통해 제게 알려주었습니다.

숨막히는 더위뿐인 붉은 황토길을 걷다가 신발을 벗으면 발가락이 하나씩 잘렸다던 한센병 환자 한하운의 “소록도 가는 길”만큼 싸리하게 아린 그 말이 더운 계절의 중심을 향해 걷는 저의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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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안오는 새벽, 골목길에 나섰다가 먹다남은 피자박스까지 주워담는 등 굽은 노인을 보며, 생활고에 못이겨 자신과 자신의 살같은 자식을 허공에다 던지고 눈물 한방울을 유서로 남긴 어떤 여인의 죽음을 보며, 가질것 다 가지고도 모자라 더 빼앗을것 찾는 제도화된 자본과 권력의 탐욕을 보며, 또 대학이라는 하찮은 구조에 세상을 꾸깃꾸깃 처넣고 그안에 들어가지 않은 다수를 조롱하듯 히죽거리는 어느 공당의 대변인을 보며, 올한해 부지런히 자라날 내 손톱의 길이를 가늠할수 있습니다.

나의  삶이 슬픔에서 왔으니 슬픔으로 가도 좋지만 그 눈물 떨군 자리 찬란하게 피어날 황홀한 일몰의 깊이는 가슴속에 차곡차곡 쌓아 두어야겠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더 지날 하루가 없는날 일지라도 내 시선에 고정된 슬픔이 선홍빛 꽃물드는 그날을 덮어두진 말아야 겠습니다.

손톱을 깎아야 할때가 많이 지났고 발톱은 아직 한참이나 많이 남았습니다만, 저는 부지런히 발가락 꼼지락거리며 또 다른 오늘을 터벅터벅 건너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