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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통신은’인권연대 운영위원들로 구성된 칼럼 공간입니다.

‘발자국통신’에는 강국진(서울신문 기자), 김희교(광운대학교 동북아문화산업학부 교수), 염운옥(경희대 글로컬역사문화연구소 교수), 오항녕(전주대 교수), 이찬수(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교수), 임아연(당진시대 기자), 장경욱(변호사), 정범구(전 주독일 대사), 최낙영(도서출판 밭 주간)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되돌아오는 복(福) (허윤진)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5-31 17:20
조회
382
꾸준히 선을 행하면서 영광과 명예와 불멸의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영원한 생명을 주실 것이고 자기 이익만을 생각하면서 진리를 물리치고 옳지 않은 것을 따르는 사람들에게는 진노와 벌을 내리실 것입니다. 악한 일을 행하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궁지에 몰리고 고통을 당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선한 일을 행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영광과 명예와 평화를 누리게 될 것입니다(로마서 2,7-10).

가톨릭의 4대 교리 중 하나로 '상선벌악'(賞善罰惡)이 있습니다. 착한 이에게는 상(賞)이, 악한 이에게는 벌(罰)이 내린다는 상식적인 진리입니다.

어머니를 모시고 목욕을 다녀온 여동생이 불만스러운 얼굴입니다. 이유인즉, 어머니와 함께 목욕탕에 가면 혼자 오신 노인 분들의 목욕을 수발하느라 제 몸 씻을 시간도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속마음은 절뚝거리는 불편한 몸으로 노인들의 목욕을 도와드리는 어머니께서 혹시라도 넘어져 다치실까하는 걱정에 속이 상한 것입니다. 그래서 어머니께서 목욕을 가시면 만사제쳐 놓고 달려와 모시고 갑니다. 투덜거리는 동생에게 어머니께서 한 말씀하십니다.

“너희 할머니 생각해서 그런다. 오죽하면 혼자 목욕을 오셨겠니?  내가 할머니들 10번 밀어드릴 때 누군가 한번이라도 우리 노인네 등이라도 잘 밀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너도 엄마가 있으면 나도 엄마가 있어 이것아!” 오늘도 어느 목욕탕에서 각자의 어머니를 생각하며 열심히 노인들의 목욕을 거들고 있는 두 딸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사랑하고 이해하며, 용서하고 관용을 베풀어야 하는 이유도 나 자신과 내가 소중히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의 행복을 위해서 입니다.  달리 말하면 나와 내 사랑하는 이들이 설령 잘못이나 큰 실수를 했다고 해도 누군가 내가 보여준 용서와 관용의 마음으로 내 사랑하는 이들을 대접해 준다면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우리는 내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 아내가, 내 남편이, 내 자식이 그리고 내 부모님이 밖에서 사람들에게 항상 사랑과 이해와 너그러운 대접을 받기를 원합니다. 그러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사랑할 때 내 사랑하는 이들도 나와 같은 마음을 지닌 이들의 후한 대접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러기에 “너희는 남에게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 주어라(루가 6, 31)”는 말씀을 마음 깊이 새겨서, 내게 다가오는 많은 사람들을 더 많이 사랑하고 이해하고 용서하고 너그럽게 대해야 할 것입니다. 내 사랑하는 이들의 행복을 바라는 그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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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 자녀를 돌보고 있는 모습




우리도 어려운 시절 남의 나라에 가서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땀 흘려 일한 적이 있습니다. 많은 고생과 사람들의 냉대도 받았지만, 친절한 배려도 많이 받았습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 노동자로 들어와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온정을 베푸는 것도 따지고 보면 우리네 사랑하는 가족의 안녕과 평화를 바라는 마음의 표현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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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방 청소봉사를 하는 모습




자연은 가을에 풍성한 결실을 많이 맺습니다. 자연의 결실만큼이나 사람들도 사랑의 결실을 많이 맺었으면 좋겠습니다. 사회 정치적으로도 내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으로 이해하고 대화하고 좋은 길을 찾아나가는 성숙함을 쌓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 모든 것이 내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복을 가져오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베푼 온정은 언젠가 어떠한 모양으로든 내게 돌아옵니다.

 

허윤진 위원은 현재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