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통신

home > 인권연대세상읽기 >  발자국통신

‘발자국통신은’인권연대 운영위원들로 구성된 칼럼 공간입니다.

‘발자국통신’에는 강국진(서울신문 기자), 김희교(광운대학교 동북아문화산업학부 교수), 염운옥(경희대 글로컬역사문화연구소 교수), 오항녕(전주대 교수), 이찬수(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교수), 임아연(당진시대 기자), 장경욱(변호사), 정범구(전 주독일 대사), 최낙영(도서출판 밭 주간)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에다가와 조선학교 (이지상)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5-31 17:00
조회
575
최근 10년간 일본에 있는 조선인 학교(통칭 민족학교)의 수가 1/3로 줄어들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1945년 일본의 패망과 함께 찾아온 해방의 기쁨을 그리던 조국의 형제들과 함께 누리지도 못하고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수 없어 낯선 이녘의 땅에 차가운 냉대를 삭이며 살아온 재일조선인 1세대들의 한과 눈물, 조국에 대한 그리움이 몸서리 쳐 지도록 묻어있는 민족학교.

적국은 패배했으나 그들의 땅에서 또다른 패배자로 몸사리며 살아야 했던 조선인 1세대들이 강제동원되어 살과 피를 묻었던 방제공장, 군수공장의 학대와 채탄장과 돌산과 비행장 활주로 공사의 피를 짜내는 노동의 설움을 딛고 조선의 말과 글을 지키기 위해 황무지를 눈물로 가꿔온 땅에 세운 조선학교.

 

 

050921eda02s.jpg

ⓒ한겨레21



 가끔씩 일본인에 의해 치마 저고리가 찢기는 일이 있을때나 관심을 갖다가 이내 냉담해지는 조국을 그럼에도 고향하늘로 섬기며 간절히 통일을 염원하는 그들의 역사가 점점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1946년. 쓰레기 매립장으로 강제이주 당한 조선인들이 비가오면 무릎까지, 태풍이 불면 허리까지 차는 오염된 물줄기를 쓸어내고 터를 닦아 세운 도쿄도의 에다가와 조선학교도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도쿄도(도지사가 이시하라라고 툭하면 망언을 일삼는 극우인사죠)에서 지난 13년간의 토지사용 임대료 4억엔을 물어내라고 소송을 건것입니다.

얼마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장에서 "에다가와 민족학교 대책회의"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그전에 그일을 담당하신 지구촌 동포 청년연대의 담당자께서 행사 내용에 관한 연락을 해 주셨지만 이미 그전에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수 없었던것은 몇년전 방문했던 토쿠야마 민족학교나 쿄토의 우토로 마을에 대한 강한 인상 때문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학생수가 더 줄어들었을테지만 유치원.초.중.고등학교를 불과 40여 가정에서 내는 교육비로 운영을 해야하는 토쿠야마 민족학교의 운영실태와 그럼에도 똘똘하고 맑은 아이들, 열정이 넘치는 선생님들의 모습이 그와 다르지 않을 에다가와 민족학교의 모습속에 투영이 되었고 이번 에다가와 재판이 일본내에 있는 재일교포들의 교육에 대한 탄압의 도미노로 이어지지는 않을까하는 염려가 앞섰기 때문이겠지요.

이사건이 단순한 토지 사용료 부담을 둘러싼 재판이라기 보단 점차로 우경화 되어가는 일본사회의 반 평화 분위기가 차별의 극단으로 치달아 천황을 앞세워 총칼을 이웃들의 가슴에 들이댔던 지난 역사의 반복으로 이어질까하는 우려 때문이구요.

 

050921eda01.jpgⓒ 한겨레21



 "평화와 공존 상생"이라는 인류의 화두에 반대하는 호전적 무리들의 준동에 대한 분노이기도 합니다.

 "거세되지 않은 반역의 역사는 언젠가는 반드시 당신의 목줄기에 복수의 칼을 겨눌것이다"

과거는 지나간 역사가 아니라 언제고 다시 움직이는 현재로 이해해야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므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과거사 진상 규명에 관한 일들도 바로 현재의 왜곡된 역사의 형태를 바로잡는 일이라 생각이 됩니다.

토쿠야마 학교에 갔을때 20대 여선생님이 당돌하게(?) 질문을 했던일이 생각납니다.

 "이 선생님은 80년대 민주화 운동 시기에 무엇을 하셨습니까?"

낯부끄러운 삶은 살지 않았다고 조심스럽게 대답했습니다만... 그때 저는 사실 저 스스로에게 무척 자랑스럽지 않았나 싶습니다.

21세기에도 해방을 맞이하지 못한 에다가와 소식을 들으며 훗날 낯부끄러운 고백을 하는 내가 되지 않길 바라며...

 

050921eda03.jpg

 ⓒ 한겨레21



이지상 위원은 현재 가수겸 작곡가로 활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