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통신

home > 인권연대세상읽기 >  발자국통신

‘발자국통신은’인권연대 운영위원들로 구성된 칼럼 공간입니다.

‘발자국통신’에는 강국진(서울신문 기자), 김희교(광운대학교 동북아문화산업학부 교수), 염운옥(경희대 글로컬역사문화연구소 교수), 오항녕(전주대 교수), 이찬수(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교수), 임아연(당진시대 기자), 장경욱(변호사), 정범구(전 주독일 대사), 최낙영(도서출판 밭 주간)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가난한 이웃들의 자활은 가능한가 (김대원)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5-31 16:55
조회
409
지난 7월 중순 기획예산처는 2006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요구안에 대한 검토의견서를 통해, 자활후견기관 운영비 지원단가를 1억5천5백만원에서 1억4천만원으로 감액해서 심의하고 있음을 밝혔다. 감액이유는 ‘목적사업비보다 기관운영비를 초과 집행하는 기관과 자활공동체를 3년간 구성하지 못하는 기관에 대한 지정취소 또는 통폐합’을 통보했던 ‘04년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자활후견기관의 목적사업비 비율은 지방자치단체에 책임을 물을 일이며, 자활공동체 구성 역시 일관성 없는 정부정책에 따른 결과이기 때문에 감사원의 감사는 탁상감사의 표본이라 할만 했고, 보건복지부 역시 이를 인정하여 지정취소 및 통폐합 조치를 유보한 바 있다. 그로부터 1년도 더 지난 지금에 와서 기획예산처가 다시 그것을 예산삭감의 근거로 들이대는 것은 정부의 예산안 검토작업이 매우 자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050907saram01.jpg
‘빈민’ 들의 자립을 돕는 복지단체와 종교, 시민사회단체 등 전국 242개 자활후견기관의 활동가들이 지난 8월 24일 오후 서울 종로 종묘공원에서 자활사업의 참여권리 확대와 민간 구실 축소 중단, 운영비 정부보조금 증액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한겨레
.

이 기회에 가난한 이웃들의 경제적 자립과 자활사업의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힘쓰는 모든 분들에게 지지를 보내고, 정부가 빈민운동세력의 ‘생산공동체운동’에 주목하고 이를 법제화하여 ‘생산적 복지’의 한 사업으로 시작했던 ‘자활사업’과 ‘자활후견기관’의 참의미를 되새기면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총체적 접근을 피하려는 것만 같은 정부 자활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자활사업을 경제적 효율성만으로 평가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감사와 예산편성이 경제적 성과에 의존하여 진행된다는 것이다.

자활사업을 통해 얻어야 할 공공선은 빈곤가정이 사회적 박탈감을 극복하여 사회적 통합을 이루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자활사업에 대해 수량적 근거에 의하여 그 성과를 판단함으로써, 가난한 사람들의 인권을 실현하는 장으로 진행되어야 할 자활사업을 신자유주의적인 경제논리로 해석하고 있다. 자유시장경제에서 밀려난 사회적 약자를 공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자활사업에 대해 탈수급, 자활공동체 창업 등의 평가기준은 가난한 이들을 다시금 시장의 경쟁체제로 밀어 넣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의 정책과 제도가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이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는 셈이다.

둘째, 민관 협력관계가 깨어지고 관 주도의 자활사업이 집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초기 설계 당시의 자활사업은 지역 현장에서 가난한 이웃들과 오랫동안 헌신적으로 활동한 민간단체가 정부의 지원을 받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창출하여 자활 자립을 모색하는 것이었다. 일반적인 자본주의 시장에서는 더 이상 경제적 자립이 어려운 사람들이기에 지역의 민간자원을 동원하고 틈새시장을 찾아 공략해야 하는 등 헌신적으로 일할 수 있는 민간역량이 요구되었던 것이다. 더불어 민간의 현장성과 정부의 자원 및 추진력이 보완되어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다.
 

050907saram04.jpg

ⓒ연합뉴스


 그러나 자활사업에 대한 방향과 결과물에 대해 정부가 지역상황과 참여주민들의 노동현실을 무시한 성과위주의 정책을 일관함으로써 민간은 그저 국가예산을 집행하고 전달하는 역할로 축소되고 말았다. 더 이상 민간자원의 자발성과 현신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정부가 요구하는 성과를 채우기 위해 지자체를 설득하여 예산을 확보하고 참여주민들에게 성과를 독려하는 역할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자활사업 참여 주민들을 사회적 약자로 보는 관점이 없다는 것이다.

자활사업 현장에서 만나는 참여 주민들은 이미 민간시장의 경쟁체제에서 밀려나 자활사업에 참여하게 된 사람들이다. 자본의 경쟁 속에서 그들의 노동능력에 맞는 노동으로 자립 자활을 일구어 가는 것은 너무도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들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은 이들에게 최선의 노동을 보장하고 그 노동의 대가가 적절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보호된 시장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량적 목표치에 급급하여 단기간에 자활후견기관을 전국 곳곳에 지정하고 운영하면서 이에 따른 정부의 역할이 지정-예산투입-감사-행정조치로 일관한다면, 더 이상 기대했던 민간참여의 성과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자활후견기관을 운영하는 민간자원은 거대한 자본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살고자 하는 열정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정부가 법과 제도로 가난한 사람들을 보호하고, 민간이 그들과 함께 노동하고 삶을 나누고 교육을 통해 변화를 체험하면서 사회적 소외와 빈곤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자활사업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김대원 위원은 현재 성공회대 신부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