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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60주년 아침에 (홍승권)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5-31 16:42
조회
519
엊그제 짧은 구간을 급하게 이동할 일이 있어 개인택시를 이용하게 되었다.

택시의 라디오에서 뉴스가 방송되고 있었는데 마침 8.15 북측 방문단의 동정에 관한 보도가 있었다. 현충원 참배에 이어 국회의 초청을 받아들여 국회를 공식 방문하게 되었다는 보도였다.

보도를 접한 택시 기사 분은 이내 “저거 나중에 남측 방문단이 북한 방문할 때 김일성이 묘에 참배하게 하려고  저러는 거지.”라고 내뱉는다.

북측 방문단의 심려 끝의 결단을 다 ‘꿍꿍이’가 있어 하는 행동이라고 쉽게 단정하는 것을 보니 북측의 모든 언행들에 대하여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습성이 몸에 배어있는 듯했다.

조중동을 보지 못해 단정은 못하겠지만 인터넷 매체에 소개된 짧은 기사를 보건대 그들은 잉크를 튀기며 반대 논조의 기사로 도배를 했음이 틀림없다. 아마도 그들의 ‘교시’는 나름의 네트웤을 통해 금세 퍼져나갔을테고...

설사 ‘꿍꿍이’가 있으면 또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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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김일성 묘소에 대한 참배 유도가 그들의 속셈이라면 아 그까짓거 뭐가 대수라고 주저하며 마다하겠는가? 그 정도 행위가 영혼을 파는 행위인가?

김일성 묘소에 대하여 참배함으로써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하게 되고 통일이 한 십년은 앞당겨진다면 당연히 취해야 할 것 아닌가?

북측도 그런 기대로 현충원을 방문하지 않았을까?

한반도에 긴장이 계속되기를 원하는 외세(대표적으로 일본과 미국)의 입장을 앵무새 되뇌듯하는 그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국민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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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가 가져다 준 분단이라는 불완전한 해방과 광복이 정녕 계속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자칭 보수라고 일컫는 그들도 언젠가는 통일이라는 지상명제를 피할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할 숙명이라는 것을 안다면 과정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야 할 터인데 도무지 과정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다. 적어도 한 나라에서 집권을 하겠다고 하거나 주류언론의 반열에 오르고 싶다면 국가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고 시의적절하게 발전 단계별 의제들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할 텐데 고작 그들은 외세의 이익을 대변하는  ‘용병’ 내지는 ‘기관지’의 역할 밖에 못하고 있는 것 같아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들은 정녕 한반도에서 전쟁을 획책하고자 하는 미국이나 일본의 ‘꼬붕’인가?

오랜 기간의 단절을 메울 수 있는 길은 교류의 확대 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여러 관문이 있을 텐데 이번 북측 방문단은 일종의 터부를 깨는 듯한 과감한 결단을 내린 셈이다. 어차피 거쳐야 할 관문이라면 빠를수록 좋지 않겠는가?

그런 점에서 북측이 보여준 이번의 소위 ‘파격적’ 행동들은 너무도 반갑다.

오랜 기간 굳어진 생각과 틀들이 과감히 깨지며 ‘부드러운’ 통일에 대한 염원이 널리 퍼지고, 한반도에서 주변 열강이 감히 삿된 마음으로 넘보기 어려운 평화의 기운이 세계만방으로 퍼져나가게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홍승권 위원은 현재 삼인출판사 부사장으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