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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부적응 학생 지도, 사회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김영미)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5-31 16:25
조회
795

교사들이 잘 관찰해보면 학급마다 거의 한 두 학생은 학교생활에 적응을 잘 하지 못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매우 산만하고 충동적이며,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쉽게 흥분하고, 안절부절 못하는 경우에, 이 학생은 ‘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로 진단될 가능성이 높다. 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Attention  Deficit / Hyperactivity Disorder, ADHD)는 아동기에 가장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장애로서 지속적인 주의력 산만(Inattention) 및 과다활동(Hyperactivity), 충동성(Impulsivity)을 특징으로 한다. 최근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부모가 학생과 보내는 시간이 거의 없는 경우, 가정에서마저 소외되면서 적절한 관심과 치료를 못하게 돼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2학년의 명수(가명)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의 증상을 보이는 학생이다. 교과시간에 매우 산만하고 과제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는다. 수시로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교실을 나오며, 지갑을 훔치는 경우도 목격되었다. 이를 나무라는 교사에게 훔친 돈을 나쁜 데 쓰지 않았다고 항변하면서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 술을 가져와서 교실에서 마시려고도 했다. 다른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면서 수시로 싸움을 하고, 여학생들에게는 성적인 희롱도 자주 한다. 담임교사가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학생을 지도 하려고 노력했지만 명수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왜 자기가 야단을 맞는지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했다. 명수의 부모는 음식점을 하는 관계로 명수를 혼자 두는 시간이 많아, 혼자 있게 된 명수는 컴퓨터 게임에 빠져 PC방에서 늦게 까지 시간을 보냈고 돈이 필요하면 친구들의 돈을 훔쳐서 PC방을 다녔다.

문제는 명수의 부모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려 하지 않으면서 더 꼬이기만 했다. 담임교사는 명수 부모와 상담을 통해 상황을 공유하고, 의사의 자문과 처방을 구하도록 권유했지만 명수의 부모는 명수의 행동에 대해 그럴 리가 없다며 문제 해결을 회피했다. 오히려 담임교사를 신뢰할 수 없다며 학교에서 다시 잘 지도해 달라는 어처구니없는 요구까지 했다고 한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는 산만함, 도벽, 공격성, 자기통제의 결여, 양심의 결여, 행동의 결과에 대한 인식의 부족이 증상으로 나타난다. 이에 대한 적절한 치료는 약물요법과 행동치료 그리고 부모와 교사들의 학생에 대한 이해와 배려이다. 그러나 명수 부모의 이러한 태도는 명수를 더욱 고립시켜 치유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도록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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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협조  ⓒ KBS



 명수의 행동이 계속 방치될 경우 이는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의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틀어박히다'라는 뜻에서 유래한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 수년 동안 집밖으로 나오지 않고, 방에서만 생활하는 사람을 일컬는 말이다. 그들은 집안에서도 가족과 식사를 함께 하지 않는다. 대화도 없다. 밀폐된 방안에서 오로지 혼자만의 생활을 한다. 학교에서의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가정에서의 불화와 폭력, 부모와의 대화 단절, 인터넷 게임 중독의 공통성을 보인다. 일본에서는 이미 이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했다. 지난 2월 초등학교 시절 따돌림을 당하던 자신을 도와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사 3명을 찔러 1명이 사망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고, 심지어는 부모를 살해한 사건까지 발생했다.

우리의 경우도 일본의 사례가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이런 전조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핵가족화와 결손가정의 증가, 인터넷의 확산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이 외톨이 현상을 보이는 학생이 1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교사들은 학생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학생의 정서, 친구관계, 학업성취도 및 일반적 행동에 대하여 가장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 해결에 부모 못지 않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따라서 교사들이 이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여건을 확보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서울의 초, 중, 고등학교의 학급 인원은 대체로 35명 정도이지만 40명 이상이 되는 곳도 많다. 학급 인원이 교사들에게 중요한 의미가 되는 것은 학급의 학생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줄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든다는 데 있다. 학생수와 함께 수업시수도 줄어들어야 하며, 수업과 생활지도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전시성 행사나 잡무, 공문 처리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근무여건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학교부적응학생에 대한 교육적 지도는 해당 학생은 물론 다른 학생들과 교사들까지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교육당국과 국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게 요청되고 있다.

 

김영미 위원은 현재 불광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