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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통신은’인권연대 운영위원들로 구성된 칼럼 공간입니다.

‘발자국통신’에는 강국진(서울신문 기자), 김희교(광운대학교 동북아문화산업학부 교수), 염운옥(경희대 글로컬역사문화연구소 교수), 오항녕(전주대 교수), 이찬수(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교수), 임아연(당진시대 기자), 장경욱(변호사), 정범구(전 주독일 대사), 최낙영(도서출판 밭 주간)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한국고등학교학생회연합에 거는 기대 (위대영)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5-31 15:59
조회
739
고등학생들이 나오는 건 무조건 막아

“고등학생들이 나오는 건 무조건 막아. 걔들은 겁이 없잖아. 각 학교에 휴교령을 내리도록 해.” 현재 화제가 되고 있는 ‘제5공화국’ 중 5·18민주화운동 당시 전두환이 광주 고등학생들의 동태 보고를 들으면서 하는 대사다.

고등학생들이 무섭기는 무서운가 보다. 그런데 묻고 싶다. “왜? 왜 무서운데?”

사실은 겁이 없어서 무서운 게 아니다. 그 투명함이 무서운 것이다.
그 진실성이 무서운 것이다. 불의 앞에 굴복하지 않는 것이 진정 무서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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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의 추억

개인적으로 전두환의 치적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하나 있다. 교복 자율화와 두발 자율화가 그것이다. 자라나는 학생들의 자유로운 사고를 교복의 틀 속에서 가두고 짧게 쳐버리는 식민주의적, 권위주의적, 군사문화적 제도를 해체했던 것이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모양만 바뀐 교복과 여전히 개성이 무시된 짧은 스타일의 머리 모양이 등장했다.

1970년대 고등학교를 다닌 선배들에게서나 들을 법한 바리깡으로 학생의 머리카락을 밀어버리는 일이 오늘의 학교 안에서 일어나고 있다. 내 머리는 자를 수 있을지언정 내 머리카락은 자를 수 없다며 단발령에 항거한 구한말 최익현이 들었으면 땅을 쳤을 일이다. 유교적인 소신이 학생들의 단발을 반대하는 논리가 될 수는 없겠지만, 그 만큼 소중한 것이고, 자신의 신체 일부를 자신의 의사에 따라 결정할 수 있는 권리는 천부적 인권이라고 할 것이기 때문에 경악한다. 마약 수사를 하면서조차도 피의자의 머리카락 몇 올을 뽑으면서 피의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동의를 얻지 못하면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영장이 필요하다.

“왜 내 몸에 손대? 영장 가져와!!” 학생들이 교사들에게 이렇게 말하면 뭐라고 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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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14일 오후 4시 서울 광화문 정보통신부 앞에서 열린 '학생인권보장 청소년축제'에서 참가 학생들은 자율발언 등을 통해 두발단속, 야간자율학습 강요, 학생회 간섭, 교문앞 용의검사, 인터넷 글쓰기 금지, 단체기합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을 촉구했다. 두발 단속이 없어지기를 바라는 뜻을 담은 '마지막 바리깡'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2005 오마이뉴스 권우성

 

너희들은 공부나 해!

수능시험을 보는 중간에 수험생이 자살을 하고, 심지어 인문계고등학교 고교생이 중간고사를 치루는 도중 자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08학년도 대학교 입시안이 발표되었다. 내신 성적 중시 입시안이었다. 고1학생들이 광화문에서 촛불집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교육청은 학교장 훈화 및 지도 강화로 학생들의 집회 참석을 막겠다고 하고 교육부는 촛불집회에 참가하는 학생들을 교칙에 따라 처벌하겠다는 내부방침을 정했다.
너희들은 시키는 대로 공부나 하란 말이다.

한국고등학교학생회연합회 출범

2005. 6. 6. 서울에서 13개교, 경기 11개교, 대전 8개교, 경남 3개교, 울산 2개교, 경북 1개교, 전남 1개교 등 전국 47개 고등학교의 학생회가 가입한 한국고등학교학생회연합회(한고학연)가 출범했다. 제1기 의장으로 선출된 김백건군은 출범선언문을 통해 “학생다운 생각과 학생 또한 교육의 수혜자로서 학교를 구성하는 주체 중 하나라는 주인의식으로, 명목적인 활동에 그치고 있는 전국 고등학교 학생회의 제자리 찾기와 바람직한 운영을 도모하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고등학생들의 권익을 보호, 증진하고 민주시민의 양성이라는 교육이념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활동할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아니나 다를까. 고등학생들의 전국 조직이 생긴다니 여기저기서 긴장되는 모양이다. 모 신문은 고교생 전국조직 순수성 유지될까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일부에서는 특정 정치적 목적을 가진 대학생과 일반인이 이 단체를 주도하고 있다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학생들이 주장했듯이 철저하게 비정치적인 노선을 견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방송사는 한고학연의 출범을 두고 ‘한총련과 같은 학생조직이 생긴다.’고 보도했다. 교육부와 교육청 관계자가 출범식에 참관했다.

그래서일까? 의장 김백건군은 비폭력, 비정치성을 근간으로 학생회가 활성화되도록 지원하고 각종 연구 작업을 할 것이라고 한고학련의 활동방향에 대해 말한다.

기대되는 한국고등학교학생회연합회의 활동

고등학교에 적용되는 초중등교육법 제17조와 대학에 적용되는 고등교육법 제12조의 내용은 동일하게 “학생의 자치활동은 권장·보호되며 그 조직 및 운영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학칙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학생자치활동의 핵심은 학생회활동으로 나타난다. 현재 대학의 학생회는 학교운영의 한 주체로서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고등학교 학생회는 기껏해야 특별활동의 일환으로 보는 것이 전부다. 그러다 보니 고등학교 학생회는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선거권이 부여되는 연령을 만18세로 낮추려는 움직임이 있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선거권이 주어지는 상황이 온다. 선거권 부여만으로 그들의 정신적 성숙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자신의 기본권을 스스로 행사하기에 충분하다는 판단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런 그들이 자기가 몸담고 있는 학교의 운영에 참여하고, 자신에게 적용되는 교육제도에 관하여 의견을 피력하며 스스로 권익을 보호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들의 전국적 조직에 대하여 고등학생은 어리다거나 색깔 시비를 거는 것은 두려움의 다른 표현에 불과하다. 광주학생운동, 4·19혁명, 5·18광주민주화운동 모두 정치적 계기이다. 그 중심에 고등학생들이 함께 했다. 비정치적 노선을 견지하겠다는 선언을 하지만 스스로 활동의 범위를 축소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가 사는 이 사회에 어느 하나 정치적이지 않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철저하게 비정치적인 노선을 견지할 것을 주문하는 신문 사설과 한총련과 같은 학생조직이라는 방송사의 멘트가 정치적으로 보이는 까닭이다.

주체가 소외되어 버린 오늘날 교육현실 속에서, 스스로 주체성을 인식하고 작금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 학생들의 참신한 외침, 그 뜨거운 함성을 간절히 고대한다.


위대영 위원은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