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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 비장애 학생들이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고 싶다 (김영미)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5-31 15:29
조회
627
새학기가 시작되면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특수학급의 학생들이 입학을 하게 된다. 학생들은 담임교사와 함께 하루를 보내던 초등학교 때와 달리 학급에서 독립적으로 생활을 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학교에 입학할 때 지체부자유가 심한 학생은 특수학교로 지원을 하고, 일상생활이 가능한 발달장애(영화에서 소개된 말아톤의 주인공이 가진 장애), 경증의 자폐증, 정신지체, 학습장애(정서장애) 등의 경증의 장애를 가진 학생은 일반학교에 입학을 해서 통합교육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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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교육이란 장애를 가진 학생과 비장애 학생들이 함께 생활하고 배움으로써 서로를 이해하고 편견 없이 상호 협조하여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자 하는 교육환경을 의미한다. 외국의 대부분의 장애 아동들도 이같은 통합교육의 틀 속에서 장애를 최소화하기 위한 특수교육을 병행하고 있기도 한데,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통합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통합교육의 가장 큰 미덕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비장애아동이 장애아동과 함께 어린시절부터 함께 학습하고 생활할 기회가 제공될 경우 장애아동과 비장애 아동 모두 아주 자연스럽게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모두에게 매우 득이 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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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이었던 배형진씨  ⓒ 한겨레신문



  하지만 학교에서의 현실은 이와 다르게 통합교육의 의미를 찾기가 어렵다. 대부분의 중학교에는 학교의 학급수에 따라 한두 개 반 정도의 특수학급(개별학습이라고도 함)과 한두 명의 특수교사들이 교육을 한다. 장애학생들은 일반 교실에서 수업을 하다가 국어, 수학, 영어시간에는 특수학급에서 수업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장애학생들의 원만한 학교생활을 위해서는 비장애학생들의 충분한 이해와 배려가 무엇보다도 중요하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다. 입시교육이 강조되는 학교교육에서 일반학생들 또한 성적과 입시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이로 인해 학생들은 마음의 여유가 없이 쫓기듯 생활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이다. 좁은 교실에서 40여 명의 학생들이 생활을 하지만 서로에게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조그마한 피해가 오더라도 참지 못한다. 이 경우 신체적인 장애(두통, 복통, 갑작스러운 경련 등)가 나타나고, 심하면 상대방에게 폭력을 사용하기도 한다. 장애학생에 대해서도 이해와 배려보다는 장애학생들도 자신들과 동등하게 대할 것을 교사들에게 요구하는가 하면, 심지어 자신들의 스트레스를 장애학생들에게 화풀이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장애학생들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얼마 전 너무나 어처구니없고 참담한 일이 벌어졌다. 발달장애와 약간의 자폐증상을 가진 문식과 철수가 일반학생에게 매일 붙들려 가서 돈을 빼앗기고, 하교 길에 앵벌이를 강요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심지어 이들은 문식이와 철수의 옷을 벗겨 포르노사이트의 행위를 흉내내도록 하면서 그 장면을 즐기기까지 하였다는 것이다. 철수가 학교 가기를 거부하면서 어렵게 어머니에게 사실을 이야기 했고, 같은 증상의 장애인인 철수어머니는 학교에 와서 이 사실을 알렸다.(종종 장애 학생 부모 또한 같은 장애를 갖고 있는 경우가 있다.) 문식과 철수를 괴롭힌 가해학생은 조용하고 내성적이었지만, 일용 노동일을 하는 아버지와 둘이서 살면서 방과 후에는 늘 PC방을 드나들던 학생이었다. 인터넷에서 보았던 내용으로 문식이와 철수를 늘 괴롭히면서 교사들과 학급의 학생들에게는 돌봐 주는 듯한 모습을 보여 왔으니,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미처 예견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학생들을 보살피고 올바르고 지도해야 하는 것이 교사들의 역할이지만, 학급학생 스스로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도와주며 생활하는 것은 훨씬 더 중요하고 효과적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학생들은 장애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어색해 한다. 도움을 주는 방법을 모르기도 하지만, 인터넷매체의 영향으로 혼자만의 놀이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들이 아름답게 어울리는 모습을 기대하기에는 아직은 시기상조인가.

 

김영미 위원은 현재 불광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