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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이 없다고 아이를 방치할건가 (김영미)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01 11:55
조회
489
학교에서는 사회가 발전하면서 나타나는 가족의 해체현상을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예전에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자녀의 양육과 교육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던 부모의 모습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최근 결손가정의 모습은 부모 모두가 아이를 돌보지 않는 관계로 조부모와 친척이 아이의 보호자가 되는 일이 종종 있다. 교사들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환경에 있는 아이들을 지도하기가 가장 어렵다.

3월 새 학기가 시작 되면서 2, 3학년의 여러 학급에는 학부모들이 가출로 인해 학교를 결석하는 아이들, 한 아이를 여러 아이들이 집단적으로 구타하는 일, 도벽으로 인해 인근의 경찰서에서 조사를 위해 학교를 방문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또한 아이들이 집의 컴퓨터 기능이 낮아서 학교의 컴퓨터 부품을 가져가려고 늦은 오후에 학교 창문을 통해 몰래 들어와서 컴퓨터를 만지다가 교사들이 알게 되어 처벌 하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매스컴에서는 연일 청소년의 가출과 학교폭력, 아이들의 범죄행위의 증가 등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이러한 일들이 발생되는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도 내가 10여 년 전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면서 보았던 일들이 지금은 중학교와 초등학교 5, 6학년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다

아이들의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학교에서는 학부모에게 연락을 하고 아이의 문제를 부모와 함께 해결하도록 노력을 한다. 그런데 학부모가 아이의 문제에 대해 무심한 모습을 보이거나, 아이 때문에 너무 지쳤다며 학교에서 알아서 처리를 하라고 하면서 연락을 피하기도 한다. 보호자가 없는 경우에 교사들은 더욱더 난감하다.

이러한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지원을 위한 후원회와 지역사회 협조, 학습을 도와줄 봉사단체와의 연계 등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2, 3년 전 일부학교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시적으로 사회복지사를 학교에 상주시키면서 교사들과 함께 여러 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과 결손가정의 아이들에게 후원기업을 연계해 아이들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주기도 했다. 또 방과 후 방치되는 아이들에게 대학생 봉사 단체들을 연결해주고 공부방을 통해 방과 후 활동을 지원해 주기도 했다. 이러한 시도는 결손가정의 아이들에게 경제적으로나 교육적으로, 또 일탈행위를 방지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는 매우 긍정적인 평가가 있었다. 그런데 학교 운영의 모범이 되었던 이러한 사례가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곧 없어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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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과 학생폭력, 학생범죄는 가정과 깊은 관계가 있다. 이에 속하는 많은 아이들이 가정에서 부모의 맞벌이로 방치되거나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아 친척이나 조부모에 의해 양육되고 있는 사례가 많다. 아이가 우발적으로 가출이나 범죄를 행했을 때 이를 가르치고 이끌어 줄 수 있는 가정이 없다는 것이 재발을 반복하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 속해 있는 아이들에게 방과 후에는 공부방에서 밀린 학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가정의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에게는 위로해 줄 수 있는 위탁가정을 마련해 주는 것은 아이를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는 데 매우 큰 힘이 된다. 따라서 예산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꼭 필요한 제도와 정책이 사라진다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사회 미래의 자산이 될 아이들을 위해 보다 많은 투자를 해도 아깝지 않을 상황에 예산을 아끼겠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로 보인다. 비단 사회의 미래까지 생각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미 지금의 아이들은 그 자체로 인권의 주체이고, 떳떳하게 아이로서 사회를 살아가는데 불편함이 없이 사회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보호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인권을 위해 밝고 따뜻한 학교를 위해, 나아가 보다 밝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도 이러한 아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을 마련하는데 가정과 학교, 사회 전체가 머리를 모아야 한다.


김영미 위원은 현재 불광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