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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은 합법? 그러나 내용은 불법! - S초등학교 학교운영위원회 선거과정을 보고 (황미선)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01 11:54
조회
675
지난 21일 둘째 아이가 다니고 있는 S초등학교의 제6기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위원 선거가 있었다. 선거를 하는 이유는 5명의 위원을 선출하는데 7명이 출마했기 때문이다. 학부모위원 출마자가 많아 선거를 실시하는 것은 학교운영에 대하여 그 만큼의 열의가 있는 것이니 반가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 선거는 합법을 가장한 내용적인 불법이다. 제5기 위원들의 임기가 끝나는 3월 31일 열흘 전에 새로운 위원을 선출한 것은 합법이나 그 선거를 치르기 위한 현실적 진행과정은 다분히 비민주적이고 의도적이며 배제하고 싶은 출마자에 대한 조직적 공작이기 때문이다.

3월이면 모든 학교에서 학부모 총회를 실시한다. 그리고 학교운영위원선거가 있는 해에는 통상적으로 학부모총회와 학교운영위원 선거를 같은 날 치른다. 학부모라면 누구든 알겠지만 학교에 방문하는 일이 심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쉬운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S초등학교는 21일 학운위선거를 실시하고 22일 학부모 총회를 실시한다고 공지하였다. 즉 연 이틀 연거푸 학교를 방문하라는 것이다. 학교운영위원회의 중요성으로 볼 때 원칙적으로는 매일이라도 학교에 와서 학부모로서의 일정한 의무를 이행해야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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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운영위원회의 모습
사진출처 - 한겨레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틀 연이어 학교에 와야한다면 학부모 총회를 선택하여 방문하는 학부모가 대부분일 것이라는 것은 보지 않아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염려속에서 오전 10시 30분에 유세 장소에 도착해보니 예상되는 우려가 정확했음을 알 수 있었다. 출마자 7명중 6명이 왔고 선관위원4명과 학교에서 교감, 교무부장, 서무부장이 자리하고 유세를 들어야할 학부모는 정작 7여명이 자리하고 있었다. 선거권자들이 앉을 의자도 두어줄 놓여져 있어 그야말로 썰렁함 그 자체였다. 유세순서를 정하고 다섯 번째로 준비한 유세문을 낭독할 수 있었지만 유세 순서 마지막 한사람을 남겨놓은 시간에도 18명이 자리할 뿐이었다. 이후 오후 2시까지 학부모가 편리한 시각에 방문하여 투표를 진행한다고 하였다.

투표를 하는 사람들은 무슨 기준으로 후보를 선택하여 투표에 임할까? 학교에서는 직접 투표를 위한 영상자료나 출마자의 의견을 담은 유인물 등 그 어떤 자료도 준비하지 않았고 오히려 주도적으로 출마자의 의견이 유권자에게 전달되는 것을 차단하였다. 오로지 출마자의 개인적 관계만으로 선택하도록 방조하고 오히려 유도하였으며 그것을 위해 학교 임의단체장들과 임원들을 출마토록한 것이다. 이해관계가 있는 소수자들은 얼마든지 조직할 수 있는 것이다. 출마자들의 유세를 듣는 권리를 박탈하여 유권자들의 판단을 흐려 투표가 진행된 것이다. 3시가 넘어 투표결과가 나왔다는 서무부장의 연락을 받았다. 900여명 학생수에 유권자 수는 297명이고 오후 2시까지 진행하여 150여명이 투표에 참가했다는 것과 단기명으로 써야하는데 연기명을 써서 무효표가 2표이고 떨어진 두 사람은 민족작가협회 소속 시인과 전교조 소속 교사인 본인이라고.. 그리고 8표, 7표를 득했노라고...

학교의 장은 학교운영위원회의 바른 구성을 위해 되도록 많은 학부모가 참여토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한다. 지난 5기 학교운영위원회 선거 때에도 학부모위원 등록에서부터 등록 시간 운운하며 등록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아 물의를 일으키더니 급기야는 이런 교묘한 방법을 사용하여 특정한 사람을 배제하다니 분노가 앞선다. 교육의 주체인 학부모와 교사, 지역 인사들이 모여 민주적인 학교운영에 대하여 논의하고 결정하라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원래 취지는 이런 관리자들에 의해 얼마든지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공공연한 비밀로 인지하고 있는 것이 있다. 학교운영위원 무투표 당선의 대부분은 학교 입맛에 맞는 사람을 학교에서 인선하여 등록하도록 부탁하고 학부모는 또 부탁 받은 사람으로서의 자존심(?)을 세우며 수락한다는 것을... 그리고 학교의 권유가 없었던 사람이 등록 했을 시에는 이런 식의 보이코트가 조직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학교의 민주적 운영을 위해 만든 학교운영위원회지만 그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학교에 의해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는 것도 현실이다. 학교운영위원회구성 및 운영의 바른 길로의 행보는 앞으로도 길고도 먼 듯싶다. 오늘의 사례가 그 길로 가는 걸음을 좀더 앞당기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지나친 기대일까?

 

황미선 위원은 현재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