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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교육이 절실하다 (김영미)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5-31 17:31
조회
501
최근 수원에서 차량통행문제로 시비가 붙은 폭력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5명의 피의자에게 폭행을 당하자, 주변에 있던 2-30명의 시민에게 “112에 신고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모두 구경만 했고, 몇몇 사람들은 휴대전화로 사진까지 찍는 등 시민들이 외면했던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을 접하면서 매우 당황했다.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며칠 전 중학교 1학년 한 학급에서 정신지체를 지닌 특수학급의 영수(가명)가 교사(담임,특수학급교사)에게 팔뚝과 다리의 심한 타박상을 보이면서 학급의 학생들이 자신을 너무 괴롭힌다고 울면서 이야기를 했다.

평소에 자신의 의사 표시를 잘 하지 않던 학생이기에 놀란 담임교사가 학급의 학생들과 이야기를 했다. 학생들은 학급에서 가장 힘이 센 남학생이 기분이 나쁘거나 불쾌할 때 영수를 때려서 기분을 풀었고, 얼굴을 마주치면 벽보고 서있으라고 하며 움직일 때마다 영수를 때렸다고 했다. 학급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은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무심하게 바라보거나 지나쳤고 심지어는 핸드폰의 카메라로 찍는 학생들도 여러명 있었고 이 사진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다른 학생들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교사들이 이 학급의 학생들과 대화를 한 결과 너무도 다른 생각의 차이에 당황했다. 여학생들은 장애학생들이 불결해서 가까이 가기 싫고(영수는 부모의 많은 노력으로 매우 깨끗한 학생임), 남학생들은 힘이 센 학생과 더불어 같이 때리는 것에 죄책감이 없고, 영수가 아퍼서 소리 지르고 울면, 말리기보다는 핸드폰의 카메라로 찍으면, 옆에서 같이 찍고 했던 행동들을 오랫동안 지켜봐 왔었다고 담담히 이야기 했다. 이 학급이 특별히 문제가 있는 학급도 아니므로 다른 학급학생들의 생각이나 행동도 비슷할 것이라고 여겨진다.

교사들은 장애자인 친구가 고통을 당하면 말리고, 교사에게 도움을 청하리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학생과 교사의 생각의 차이 때문에 문제가 표면화 되었을 때는 이미 시간이 흘러 많은 고통을 겪고, 더이상 학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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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금천초등학교에서 열린 통합교육 사례 발표회에서 장애 어린이와 비장애 어린이들이 이 함께 어울려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중학교는 초등학교와 달리 담임교사들이 교실에서 학생들을 관찰하기가 어렵다. 아침조회시간 30여분과 짧은 종례시간, 그리고 청소시간에 학급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학생들을 알게 된다. 교사의 보살핌보다는 하루종일 같은 학급에 있는 학생들이 장애학생이나 소외된 학생들에 대한 배려와 보살핌 없이는 학교생활이 매우 힘들어 진다.

학교는 학생들이 모여서 공동체를 형성하고 생활하는 공간이다.

서로 다른 개개인이 모여서 생활을 함으로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점을 서로의 이해와 도움으로 극복하고 성숙해 진다. 이는 어릴 때부터 부모로부터 배운 인성교육과 학교에서 교육하는 타인과 약자에 대한 배려와 공공질서의식이 바탕이 된다.

최근에 학생들은 자신의 인권과 권리에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조금이라도 불이익이 있으면 참지를 못하고 친구나 교사에게도 공격을 한다. 하지만 권리에 따르는 책임에는 무관심하다. 이러한 개인주의적 사고가 많아진 학생들에게 양보와 질서를 가르치는 교육은 매우 힘들고 어렵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누구의 탓으로 돌리며 후회하는 모습보다는 가정과 학교가 협조하며 노력하는 교육이 되었으면 한다.


김영미 위원은 현재 불광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