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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린 대로 거둔다 (허윤진)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01 11:50
조회
576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 있습니다.  흔히 잘못된 행동이나 사람에 대해 비꼬는 말로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땀 흘려 수고한 만큼의 결과를 값지게 얻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물론 물질적인 결과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를 향한 작은 미소로도 서로가 행복한 마음을 갖게 하기 때문입니다. 매사에 선하고 너그러운 마음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고, 후하게 대접할 줄 아는 미덕은 감사함을 낳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막막한 순간에 누군가의 도움을 입은 사람이라면 그 순간의 기쁨을 기억할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도 남에게 좋은 일을 하고 마음의 뿌듯함과 행복을 맞보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은 예수님의 ‘평화를 빌어주라’(루카 10, 5-6)는 말씀과도 일맥상통한다고 생각됩니다. 상대가 잘되고 평안하도록 복을 빌어주는 마음만큼 그 선한 기운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고, 반대로 저주하고 미워하는 만큼 그 어두운 감정에 사로잡혀 나를 잘못된 길로 빠지게 합니다. 그 어두운 감정이 우리가 물리쳐야 할 큰 유혹입니다.

유혹은 우리 안의 선한 마음을 삐뚤어지도록 꾀는 악이기에 반드시 물리쳐야 합니다. 특히 유혹은 사람을 거짓되게 하고 인색하게 만드는 주범입니다. 우리 주변에 유혹에 빠진 고위 공직자들이 손가락질 받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사람들에게 봉사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거짓을 일삼습니다.

성희롱과 성폭력에 거론되며 충격을 주는 경찰, 국회의원 뿐만 아니라, 신중하지 못한 총리의 골프행각을 봐도 그들이 자신의 즐거움만을 추구하고 다른 이들의 행복과 어려움은 조금도 고려치 않는 인색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슬픈 일입니다. 성서에는 어려서부터 하느님의 계명을 잘 지켜온 사람이 ‘자신의 것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주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슬퍼하며 돌아간 이야기가 나옵니다(마르 10, 17-27).

 

051102bal01.jpg외국인 노동자 자녀를 돌보고 있는 모습



그가 많은 재물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사람과 나누는 것에 울상이 되어 버린 것은 지나친 인색함 때문입니다. 다른 이의 어려움과 행복에 눈감아 버리고 자신의 영광과 즐거움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유혹에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모든 이들의 인색함을 책망하기 전에 우리 자신은 얼마나 가진 것을 잘 나누고 있는지, 다른 이의 행복을 위해 봉사의 활동을 하고 있는지 반성해 보면 사실 부끄러울 때가 많이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사순절(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시기) 동안 단식을 합니다. 단식이라는 극기의 삶을 통해 예수님의 고통에 동참하는 의미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단식을 통해 이웃의 배고픔과 어려움을 함께 하겠다는 약속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내가 좋아하는 단식은 이런 것이 아니겠느냐? 네 양식을 굶주린 이와 함께 나누고 가련하게 떠도는 이들을 네 집에 맞아들이는 것, 헐벗은 사람을 보면 덮어 주고 네 혈육을 피하여 숨지 않는 것이 아니겠느냐?’(이사야 58, 6-7) 하시며, 우리가 행하는 단식조차도 어려운 이들에게 향하기를 바라십니다. 이 사랑의 마음이 모든 유혹을 이겨낼 수 있는 힘입니다. 그렇지만 말이나 생각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되지 않으면 별 의미가 없습니다. 일예로, 추위에 떨고 있는 한 아이가 있습니다. 그 곁을 지나가던 사람이 너무 불쌍해 보여 아이에게 다가와서 말합니다. “이렇게 추위에 떨면 감기 걸린단다. 몸을 따뜻하게 하고, 음식도 잘 먹고, 건강하게 해야 해요!” 그는 뿌듯한 마음으로 돌아갑니다. 어느 때보다도 친절하게, 자식을 키우는 사람으로서 애정을 가지고 말했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에 흡족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아무 것도 한 것이 없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흔히 범하는 어리석음입니다. 말만 번지르한 사람. 사회 안전망 구축에 대해 말만하는 사람. 그들은 자신의 것은 조금도 내어 놓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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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지진피해지역에서 구호활동을 펼치기 위해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이 인천공항에서 의약품 상자들과 함께 출국 수속을 하고 있는 모습


/진성철/사회/ 2005.10.13        사진출처 - 연합뉴스


                                                                            
노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동안 아프리카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합니다. 그 약속이 말이 아닌 참된 실천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지난번 스나미 때나 필리핀의 산사태 등 가난한 나라들의 어려운 상황에서 구호활동에 동참한 우리나라를 보고 국제구호단체들이 감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도움을 받던 나라가 도움을 주는 나라로 바뀌었으니 자신들이 행하는 ‘가난한 나라의 구호활동’에 자부심이 느껴지고 보람을 느끼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아마 이들은 마음속으로 깊이 ‘뿌린 대로 거두는’ 행복을 느꼈을 것입니다.


이 사회가 사회 안전망의 구축을 위해, 공동선을 위해, 좋은 제도와 법을 많이 뿌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개개인은 좋은 결실이 얻어지도록 남을 위한 배려와 축복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뿌린 대로 풍성한 결실을 거두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허윤진 위원은 현재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