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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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통신은’인권연대 운영위원들로 구성된 칼럼 공간입니다.

‘발자국통신’에는 강국진(서울신문 기자), 김희교(광운대학교 동북아문화산업학부 교수), 염운옥(경희대 글로컬역사문화연구소 교수), 오항녕(전주대 교수), 이찬수(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교수), 임아연(당진시대 기자), 장경욱(변호사), 정범구(전 주독일 대사), 최낙영(도서출판 밭 주간)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더디 걷는 사람들의 눈빛 (이지상)내쳐 한달음이면 닿을 거리를 그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뛰어갑니다.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01 11:29
조회
427
내쳐 한달음이면 닿을 거리를 그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뛰어갑니다.
잘 펴지지 않는 팔을 흔들고 가누기 힘든 머리를 곧추 세우다 마음이 앞서 넘어지기도 합니다.
먼저 굴러가는 공을 차지하기 위해 뛰다가 몸을 세워줄 두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아 상대방과 심하게 부딪히고 깨져서 피가 흐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들의 표정은 언제나 웃음 입니다.
부상을 당해 그라운드 위에 몇 분을 누웠다가도 다시 벌떡 일어나면 상대방의 골문을 향해 돌진 합니다.
효율의 최대치를 인간의 가치로 보는 세상에서 그들은 늘 찬밥 입니다.
능력이라는 듣기 좋은 언어로 포장된 효율이라는 잣대는 알을 많이 얻기 위해 좋은 사료를 공급받는 양계장의 닭과 똑같은 방식의 삶을 인간에게 요구 합니다.
한계를 가지지 않은 경쟁체제의 또 다른 말인 효율성 중심의 세계에서 그 안에 갇힌 모든 것 들은 벼슬의 색깔이 점점 시들어 가는 줄도 모르고 알 낳기에 열심인 양계장의 닭처럼 자신의 생산력에 감탄하며 경쟁에서 살아남는 법을 자랑스레 설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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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뇌성마비 장애인 축구대회때의 모습



나는 그들의 뜀박질보다 훨씬 빠르게 공을 잡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단 한번도 내가 뛰는 걸음의 소리를 느껴보지 못했습니다.
그들이 보여준 혼신의 힘을 다한 한 걸음의 의미를 알지 못합니다.
나는 1분에 책 몇 페이지를 읽을 수 있지만 어느 누구에게 진정한 삶의 언어 단 한마디를 전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이 온몸을 비틀며 전하고자 하는 그 단 한마디의 진정성이 나에게는 없습니다.
효율이 인간의 기준인 세상이 아니라 삶의 진정성이 기준인 세상이라면 장애우……. 그들의 삶은 시대의 큰 울림 입니다.
지난해 말 한국 뇌성마비 장애인 축구대회가 파주 트레이닝 센터에서 있었습니다.
일본의 뇌성마비장애인 축구단도 참여를 했구요.
그 행사에 초대받아 축구도 하고 응원도 했습니다.
덕분에 축구마니아로써는 무척 영광스러운 이름들…….
홍명보, 조영증, 김진국, 김재한, 김호곤
또 정몽준과 친선경기도 했습니다.
애초에는 이 경기를 위해 갔지만 그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이 있었습니다.
더디 걷는 사람들의 눈빛이 더 맑은 이유를 보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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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회때의 모습


이지상 위원은 현재 가수겸 작곡가로 활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