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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학교 풍경(김영미)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0-07-01 15:52
조회
921

김영미/ 인권연대 운영위원


 고등학교 3학년 동안 직업교육을 원하는 학생들만 있는 학교도 세 차례 개학연기와 순차적 온라인 개학 등 전례 없는 비상 상황이다. 불안과 초조함으로 새 학년을 맞이했고, 개학하면서는 코로나로부터 학생들을 지키기 위한 많은 고민과 방역활동 및 코로나 대응 모의 훈련도 여러 번 실시했다.


풍경 1
 5월20일 개학날.
 필수와 어머니가 같이 등교했다. 열화상카메라를 통과하여 교무실을 거쳐서 교실로 가 수업을 받던 중에 필수의 체온이 38도가 넘었다. 담임교사와 학생이 일시적 관찰실로 왔다. 관찰실에서 필수는 담임교사에게 “사실은 새벽에 열이 40도를 넘고, 목이 아팠으며 설사를 했어요.” 라고 고백했다. 학교에 가길 원한 엄마가 해열제를 먹이고 체온이 떨어진 필수와 같이 등교하며 무사히(?) 교실로 들어가는 필수에게 ‘공부 열심히 하라’고 하면서 집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너무 놀란 교사들은 코로나 증세와 유사한 학생을 바로 선별진료소로 보내 검사를 받게 했다. 필수와 같은 공간에 있었던 교사는 어린 자녀를 근처의 친척집에 맡겼고, 연로하신 부모가 있는 교사는 집으로 귀가를 못하고 지인의 집에서 머무르며 필수의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마음을 졸이면서 자가 격리를 해야만 했다. 다음날 오후 필수의 결과는 음성으로 나왔지만 그 불안했던 마음과 공포는 우리를 늘 긴장하도록 했다. 아픈 몸을 숨기며 학교에 나온 학생에게 나쁜 감정을 가졌고, 가능하면 학생들을 안 만났고, 학생들을 만날 때에는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을까 의심하며 멀리했다.


풍경 2
 6월 중순 수동이가 등교했다.
 집 근처의 교회를 다니던 수동이가 2주 전 주일예배 후 형과 함께 교회에 머물렀는데 그곳에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교우가 있었다. 곧바로 코로나 진단검사를 받았고 결과가 음성으로 나와 이틀간 학교에 등교했는데 뒤늦게 보건소에서 2주간의 격리를 해야 한다는 연락이 왔다.

수동이는 형과 함께 둘이 눕기에도 빠듯한 작은방에 격리돼 방에서 나갈 수도 없고, 음식도 일회용 그릇으로, 화장실도 가족들이 없을 때 쓰며 소독약품을 뿌렸으며, 빨리 이 좁은 방안에서 나갈 날만 기다렸다고 했다. 그럼에도 수동이는 격리 후 학교에 와서는 자기 때문에 코로나에 감염 될 뻔 한 교사와 친구들에게 너무 미안하다면서 괴로워했다. 이러한 수동이의 마음과 같이 많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감염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외식과 외출을 하지 않고 학교와 집을 오가는 생활을 하고 있으며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학교와 교사들의 뉴스를 접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내가 코로나에 감염되는 것도 큰 문제지만 사회적인 지탄을 받으며 내가 속한 학교에 되돌릴 수 없는 큰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는 것은 학생, 교사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같은 생각일 것이다.



 


사진 출처 - 한겨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여론조사기관 글로벌리서치가 6월에 실시한 ‘포스트 코로나 관련 인식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창궐하는 감염병 앞에서 우리의 근심은 비단 나 혼자만이 아닌 주변 모두에게 끼칠 수 있는 영향력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다. ‘나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감염될까’(87.3%), ‘내가 코로나에 걸릴까봐’(85.1%), ‘코로나로 나와 가족이 고용 위기에 처할까봐’(83.8%), ‘코로나에 감염돼 동선이 공개될까’(64%)를 사람들은 걱정하고 있었다.


- 한겨레신문(6.25.)에서 -


 속절없이 확산되는 감염병 앞에서 일상에 금이 가고, 당연시되던 삶의 양식의 변화로 인해 불안과 불확실성의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코로나19가 몰고 올 변화의 파고가 앞으로 얼마나 될지 헤아리기도 어렵다.


김영미 위원은 현재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