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통신

home > 인권연대세상읽기 >  발자국통신

‘발자국통신은’인권연대 운영위원들로 구성된 칼럼 공간입니다.

‘발자국통신’에는 강국진(서울신문 기자), 김희교(광운대학교 동북아문화산업학부 교수), 염운옥(경희대 글로컬역사문화연구소 교수), 오항녕(전주대 교수), 이찬수(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교수), 임아연(당진시대 기자), 장경욱(변호사), 정범구(전 주독일 대사), 최낙영(도서출판 밭 주간)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백해무익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자 (장경욱)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8-01-03 20:06
조회
2631

장경욱/ 인권연대 운영위원


 TV에서 북 지도자의 신년사를 실시간 생방송으로 시청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TV조선이 한시라도 바삐 북을 왜곡하는 보도 욕심에 곧잘 앞장을 서왔던 생중계이다. TV조선이 국가보안법이 속박해 온 우리 국민이 누릴 수 있는 자유를 터준 셈이다. TV조선 스스로 이적목적이 아니라 반북목적이 명확한 입장에서 국가보안법에 겁먹지 않고 무시한 결과 국가보안법에 역행하여 도리어 국가보안법을 죽이기에 나선 꼴이 되었다.


 내가 변론한 사건 중에는 2009년 북의 신년공동사설 전문과 그 분석 기사를 소모임 게시판에 링크 게시하였다는 이유로 이적표현물 반포 혐의로 기소된 사례도 있다. 선군정치나 사회주의자립경제의 우월성 등을 찬양하거나 옹호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북의 신년사 내용을 링크 형식으로 그대로 게시한 것은 북의 주장에 동조하려는 이적 목적 하에 행해졌다고 보는 것이 공안검찰의 논리였다.


 북 지도자의 신년사 생중계가 가능한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현실은 국가보안법에 기생하는 극우광기의 폭력이 판을 친다. 통일을 바라는 마음에서 통일나무 가지에 태극기와 함께 인공기를 그려 표현한 어린이 그림 수상작을 은행 달력에 삽입했다가 모 은행은 종북몰이 대상이 되었다. 제1야당 당 대표는 인공기가 등장한 은행달력에 경악하며(아마도 마음속으론 쾌재를 불렀으리라) 안보불감증에 걸린 국민들을 탓하며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총력대응의 길에 앞장설 것을 맹세한다.



사진 출처 - 우리미술대회 홈페이지


 제1야당의 당 대표는 평화통일을 바라는 어린이의 인공기 그림과 그것을 게재한 은행의 달력이 국가안보에 위해가 되는 이적표현물 제작과 반포행위로써 국가보안법 위반이 된다고 여기는 게 틀림없다. 그는 필경 반북 왜곡보도를 위한 TV조선의 신년사 생중계는 국가보안법위반이 아니고 애국적 보도라고 강변할 게 틀림없을 게다.


 분단 70년이 넘도록 오늘날까지 반북적대의 광기 하나로 제멋대로 국민들을 가두고 국민의 기본권을 약화시키며 제 잇속을 극대화하는 이중 잣대의 극우언론과 극우정치인들을 우리 사회에서 추방해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 사회의 정의를 실현하고 국민들의 인권을 보장하며 평화공존의 통일시대를 맞이할 수 있는 첩경이다. 극우보수세력이 존재하는 한 우리 사회의 정의, 인권, 평화, 통일은 요원하리라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극우보수세력을 우리 사회에서 추방하려면 외세와 극우보수세력을 제외한 누구에게나 백해무익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여야 한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때만이 극우보수세력은 이 땅에서 숙주를 잃고 퇴장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다. 극우보수세력의 마지막 생명력을 지탱해주는 숙주가 되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길에 우리 사회의 정의와 인권, 평화와 통일이 있기에 우리 모두는 국가보안법 폐지에 총력을 다해야 할 때이다.


 국가보안법이 대체 무엇이기에 아직까지도 우리를 속박하고 있는가?


 국가보안법은 한국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분단적대구조의 산물이다. 같은 민족인 북의 동족을 우리의 적으로 삼아 악마화하며 북을 대결과 불신, 증오와 비방의 대상으로 규정하는 법이다.


 반면, 북의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준다는 명분으로 한국에 주둔하는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을 법적으로 뒷받침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에 반대하는 일체의 주장과 활동도 북을 이롭게 하여 한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이적활동으로 위험시하고 처벌하며 금기시하고 있다.


 한국민들은 북이 일관되게 주장해 온 미군철수, 국가보안법폐지, 북미평화협정 체결 등 북의 정책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형성하여 공감, 수용, 이해하거나 동조, 지지할 수도 없고 북의 정책에 공감하는 표현활동이나 북과 연대하여 조직결성 및 공동 활동을 전혀 할 수 없다.


 특히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 고무, 동조, 이적표현물 소지, 이적단체 구성 등)는 북의 정책에 동조하여도, 북의 책자를 소지하여도, 미국과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에 반대하여 북의 주장을 지지하는 글을 써도 이적활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민은 남북관계 및 한미관계에 대해 친미사대반북적대의 목소리 외에는 다른 생각을 갖거나 목소리를 낼 수 없다. 한국민들은 민중 주권 시대의 민주주의에서 필수불가결한 표현, 언론, 결사, 양심(의견을 형성할 권리)의 자유를 완전히 통제당한 채로 국가보안법에 의해 질식당하고 있다.


 결국 한국민들의 자유와 주권자로서 완전한 권리 행사를 위해서는 북을 적으로 삼아 동족대결을 강요하며 친미사대 반북적대의 시대착오적 매카시즘에 기반한 극우보수세력의 영향력을 유지, 키워주는 반통일적 반민중적 악법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여야 한다.


 북은 남과 같은 민족으로 자주적 평화통일의 상대방이고, 서로 존중하고 화해하며 신뢰를 증진해 나가야 할 동반자이다. 따라서 남북교류와 협력을 통해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는 일은 남북 한민족 전체의 역사적 사명이다.


 2017년 8월, 수원지방법원 판사가 국가보안법 제7조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을 재판하는 과정에서 이 조항이 표현, 양심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판단하고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고, 유엔인권이사회는 2017년 11월 9일 한국을 대상으로 한 국가별 정례인권검토에서 국가보안법 7조가 평화로운 표현에 대한 권리, 언론,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도록 개정할 것을 권고하였다.


 바야흐로 낡고 유치한 허깨비 같은 극우보수세력 추방을 위하여 우리 사회에 백해무익한 국가보안법 폐지투쟁을 가속화할 때이다.


장경욱 위원은 현재 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