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통신

home > 인권연대세상읽기 >  발자국통신

‘발자국통신은’인권연대 운영위원들로 구성된 칼럼 공간입니다.

‘발자국통신’에는 강국진(서울신문 기자), 김희교(광운대학교 동북아문화산업학부 교수), 염운옥(경희대 글로컬역사문화연구소 교수), 오항녕(전주대 교수), 이찬수(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교수), 임아연(당진시대 기자), 장경욱(변호사), 정범구(전 주독일 대사), 최낙영(도서출판 밭 주간)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차갑고 뜨거운 말보다 따뜻한 말 (김영미)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20 12:09
조회
650

김영미/ 인권연대 운영위원


교사의 감정은 주로 언어를 통해서 나타난다.
교사의 언어는 학생, 학부모, 동료교사, 선후배교사 관계 속에서 희망을 주기도 하지만 상처를 주고받기도 한다.



말과 글은
머리에만 남겨지는 게 아닙니다.
가슴에도 새겨집니다.
마음 깊숙이 꽂힌 언어는
지지 않는 꽃입니다.
우린 그 꽃을 바라보며
위안을 얻기도 합니다. - 언어의 온도(이기주) 중 -

감정을 절제하고 모범적이어야 한다는 강박감에 자신감 넘치는 언어를 사용하는 교사, 지나친 열등감이 있는 교사가 사용하는 언어, 감정 변화가 심한 교사가 사용하는 언어들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동료교사들에게 스트레스와 상처를 준다. 교사 생활이 오래 될수록 언어사용에 신중해지며 어떻게 말하느냐 또는 어떤 말을 하지 않느냐가 중요 한 것 같아 학생과 동료교사들의 언어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다언(多言)이 실언(失言)이 되지 않도록 입을 닫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최근에 예술을 전공한 교사로 정년을 3년 앞둔 심 교사(가명, 남)와 학교가 처음인 현 교사(가명, 여)가 병가를 신청했다.


심 교사는 교사들의 모임이나 예술교사회의에서 2시간이상 학생에게 지도하듯이 권위적인 말로 학교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하면서 현 교사 등 다른 교사들이 발언할 기회를 주지 않고 회의를 끝냈다. 현 교사는 학생지도 및 업무에 대한 고충이 많았지만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현 교사가 학생지도를 하는 모습에 불만이 있던 심 교사가 그 자리에서 학생에 대한 훈계와 함께 현 교사에게 지도를 하자 그동안 쌓인 감정과 모욕감에 분노한 현 교사가 큰소리로 항의를 했다. 당황한 심 교사가 “왜 이렇게 짖어대! 짖지 마! 시끄러워! 말하지 마!”라고 소리 쳤다. 이에 심한 모욕과 분노의 감정을 느낀 현 교사는 울면서 학교장실로 달려갔다. 동료교사가 아닌 부하직원으로 대하면서 권위주의적인 언어 사용, 대화마저 차단한 심 교사에게 불편한 감정을 가졌던 현 교사는 개(동물)에게 쓰는 언어를 본인에게 사용한 것에 대한 분노의 감정이 한순간에 폭발한 것 이었다.


20170720web02.jpg


사진 출처 - 아시아경제


학교장 중재로 심 교사가 사과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된 듯 했지만, 진심어린 사과로 느끼지 못한 현 교사는 심한 불면증과 적응장애로 병가를 신청했다. 다음날 심 교사는 현 교사가 자기를 곤란하게 만들려는 음모라며 이를 받아준 학교 측에 난동에 가까운 소란을 피우다가 탈진하였고 바로 스트레스성 만성위염 등으로 병가를 신청해 학교를 나오지 않고 있다.


교사들은 늘 마주치는 학생들과 더불어 학부모, 학교관리자로부터 상처 받고 감정을 상하기도, 분노하기도 한다. 모든 것이 낯설던 현 교사가 동료교사로부터 격려가 아닌 심 교사의 차갑고 기계적인 언어에 얼음이 되어버린 것이다.


일상 속에서 쓰고 있는 말 하나하나에 소중함과 절실함을 담은 따뜻한 말을 쓰도록 노력한다면 갈등과 분노의 차가움이 줄고 온기가 생겨날 것 같다.


김영미 위원은 현재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입니다.


이 글은 2017년 7월 20일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 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