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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마음을 갖자(김영미)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0-01-29 14:06
조회
1258

김영미/ 인권연대 운영위원


 우리는 같이 행복해지기 위해,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산업정보학교(일반고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업에 필요한 자격증- 조리사, 제빵사, 미용사 등 -을 취득할 수 있는 교육을 3학년의 1년 동안 실시하는 학교)에서 제빵사 과정을 수료한 정일(가명)이는 건강에 대한 강박과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다. 처음 학교에서 만난 정일이는 주의를 주거나 야단을 치는 교사가 있으면 얼굴과 손, 발에 경련을 일으켰고, 하루에 6번 이상 “열이 나는 것 같아요, 심장이 마구 뛰는 것 같아요”라면서 체온과 혈압을 재고, “괜찮아”라는 이야기를 들어야 안심하고 교실로 들어가 수업을 들었다. 이에 담임을 비롯한 많은 교사들은 어렵지만 지치지 않고 정일이에게 따뜻한 어른이 되려고 노력했다. 이에 답하듯이 여름방학 무렵부터 정일이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일찍 등교해 정문에서부터 모두에게 큰 목소리로 인사를 하고 학교가 너무 좋다며 행복한 얼굴로 학교를 환하게 해주었다. 교사들도 행복할 수 있는 학교를 생각하게 되었다.


 요즘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습니다)”을 말하며 절망과 불안한 감정의 사춘기 속에 어른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생각이나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노래- 대박자(대가리 박고 자살하자 등)-, 조절되지 않는 아이들의 감정폭발, 자해, 은둔, 생각보다 너무 많은 무기력한 아이들로 인해 부모들의 불안은 높아지고 학교 교사들의 당황스러움은 커지고 있다. 정일이가 학교에 왔을 때도 당황스럽고 힘겨웠지만, 교사회의를 통해 정일이가 힘들어하는 것을 이해하도록 노력하며 지적, 훈계보다는 잘 들어주는 따뜻한 교사가 되고자 노력했다.



사진 출처 - 해냄출판사


 아이들의 “이생망”은 사실 어른들로부터 시작 되었다. 아이들에게 정신 차리라는 의도로 “네 싹수가 노랗다. 네 인생은 글러먹었다. 네 인생은 망한 것 같다. 넌 이번 생애에서는 안 될 것 같다.”는 말을 했겠지만 아이들에게 미래가 없다며 상처를 주고, 포기하고 내버린 것이다. 그리고 어른들이 내뱉은 이 말들을 아이들이 가져다 쓰기 시작한 것이다.


 고등학교를 마치는 한 학생은 크면서 배운 것은 여러 아픔들뿐이라면서 “초등학생 때는 수치심을 배웠고, 중학생 때에는 외로움에 시달렸고, 고등학생 때는 온갖 불안에 휩싸였어요.” 라고 하면서 서글프게 소리 없이 울던 날들이 많았다고 했다.


 아이들이 힘들어하고 아파하며 괴로워하는 문제들을 들을 때마다 어른으로서 더 나아진 세상을 만들지 못했다는 미안함에 마음이 아프다.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은 아이들을 더 많이 격려하고 손을 내밀고, 기다려주는 것이다.


- 희망을 꿈꾸는 아이들이 바라는 10가지 점화술 -
(아이들에게 희망을 심는 어른이 되기 위해 아이들이 바라는 지금 삶의 고통에 응급조치 및 진통제 그리고 안정제에 대한 이야기다)

1. 그만 상처주세요!
2. 삶의 여유와 주도성을 되돌려 주세요.
3. 다양한 가능성으로 우리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더 만들어 주세요.
4. 금지하고 통제하고 막고 못하게 하는 방식 말고 다른 방식 없나요?
5. 투표권을 포함하여 청소년들의 권한을 주세요.
6. 봉사도 하고 우리가 사는 마을 일도 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7. 칭찬, 격려를 더 해주세요.
8. 마음을 보아주세요.
9. 어른들이 먼저 행복한 삶을 살아주세요.
10. 의미 있게 시간을 쓰면서 살게 해주세요.
                                                                       -요즘 아이들 마음고생의 비밀 중 -


 

김영미 위원은 현재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입니다.